LIVE오세훈 서울시장, 글로벌 시장단과 'AI 도시' 협력 논의…스마트도시 공조 확대

조폭 끌어들여 취객 노린 '가짜 양주 조직'…부산경찰, 61명 검거

서면 유흥주점 5곳 거점으로 조직적 술값 사기…총책 구속·공범 2명 적색수배 조직원 6명 자진신고로 범행 실체 드러나…도피자금 2억원 기소 전 추징보전

지난 2025년 9월 부산지역 한 카페에서 가짜 양주 제조·판매 조직의 총책 주도로 조직원들이 수사 대응을 위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_부산경찰청)
지난 2025년 9월 부산지역 한 카페에서 가짜 양주 제조·판매 조직의 총책 주도로 조직원들이 수사 대응을 위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_부산경찰청)

[시사매거진 박윤승 기자] 부산 서면 일대 유흥주점에서 가짜 양주를 제조·판매하며 취객을 상대로 조직적인 술값 사기 범행을 벌여온 범죄단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범죄단체를 결성해 수십억원대 가짜 양주 판매와 사기 범행에 가담한 총책과 조직원 등 6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총책 1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부산경찰청이 가짜 양주 제조·판매 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개봉된 양주병과 완성된 가짜 양주, 해외 도피 지원 물품·자금, 업소 내 범행장부 등을 공개하고 있다.(사진_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이 가짜 양주 제조·판매 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개봉된 양주병과 완성된 가짜 양주, 해외 도피 지원 물품·자금, 업소 내 범행장부 등을 공개하고 있다.(사진_부산경찰청)

경찰은 총책 검거 직후 해외로 도주한 공범 2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22년 4월께부터 부산 서면 일대 유흥주점 5곳을 거점으로 총책과 실장, 마담, 웨이터, 호객꾼, 여성접객원 등 역할을 분담한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대상은 주로 만취한 1인 남성이었다. 호객꾼이 취객을 업소로 유인하면 종업원들은 인터넷뱅킹이나 현금 결제를 이용해 술값 선결제를 유도하면서 휴대전화 잠금 패턴이나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남은 양주에 홍차 등을 섞어 만든 가짜 양주를 새 제품처럼 제공하고, 손님이 정신을 잃으면 빈 양주병을 테이블에 올려 실제보다 많은 술을 마신 것처럼 꾸몄다.

경찰은 이들이 손님이 잠든 틈을 이용해 술값을 부풀린 뒤 계좌이체나 카드 출금 방식으로 돈을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과정에는 조직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총책은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와 보고를 주고받으며 전체 범행을 관리했고, 실장은 종업원들의 이탈을 막고 내부 규율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았다.

마담은 여성접객원들을 사전에 교육하고 각 룸의 상황을 확인하면서 손님이 쉽게 잠들지 않을 경우 히터를 틀거나 가짜 양주 주문량을 늘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웨이터들은 남은 술을 모아 가짜 양주를 제조하고 손님들에게 선결제를 유도하며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을 확인한 뒤 가짜 양주를 새 술처럼 개봉해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접객원들은 손님의 경계심을 낮추고 술을 계속 마시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부산지역 폭력조직원이 관리자로 가담하면서 내부 통제 수법도 폭력적으로 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직원들이 도망가거나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자해를 강요하거나 기절할 정도의 폭행을 가하는 등 가혹행위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계기는 조직원들의 내부 신고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조직원 6명이 자진 신고했고, 이후 총책의 휴대전화 불시 점검 과정에서 신고 사실이 발각되면서 신고자가 차량에 감금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감금 차량을 추적하고 112상황실과 지구대 인력을 연계해 검거 작전에 나섰다. 이를 통해 총책을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하고 조직원 45명을 검거했다.

여기에 유흥주점 5곳에 여성접객원을 공급한 무등록 보도업체 대표 16명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추가 검거했다.

가짜 양주를 제조한 유흥업소 5곳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무면허 주류 제조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이 확보한 영업장부와 범행계좌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 업소에서 확인된 가짜 양주 판매 규모는 약 35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약 1년 6개월 동안 피해가 의심되는 1000여명을 상대로 피해 여부를 확인했지만, 상당수가 중년 남성으로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설득해 58명의 진술을 확보했으며 현재까지 특정된 피해금액은 약 1억원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적인 진술 번복 정황도 확인됐다. 일부 조직원이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거나 총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바꾸자 경찰은 이들이 사전에 모여 진술 방향을 맞추는 대책회의까지 연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범행을 부인하던 총책과 조직원 대부분으로부터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해외로 달아난 공범들의 도피자금을 차단하는 수사도 병행됐다.

경찰은 가상화폐 '테더'를 이용해 해외 도피자금을 지원하려 한 조직원을 추가 검거하고 약 2억원을 압수했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해당 자금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아 처분을 차단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유흥주점 술값 사기가 아니라 피해자들이 만취 상태에서 범행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고 업소 출입 사실 노출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린 조직적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조직폭력배를 관리자로 영입해 하부 조직원들을 폭행과 가혹행위로 통제했다는 점에서 민생을 침해한 범죄단체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침해하는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임 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