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태우 비자금 의혹’ 김옥숙 연희동 사저 압수수색…‘904억 메모’ 정조준
[시사매거진 = 주성진 기자] 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서울 연희동 사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착수 이후 약 2년 만에 이뤄진 첫 압수수색으로, 검찰이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은닉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소정수 부장검사)는 21일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조세포탈 혐의 등과 관련해 김 여사가 머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과 노태우센터, 과거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들의 자택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제수사의 핵심에는 이른바 ‘김옥숙 메모’가 자리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증거로 제출한 이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은 메모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사돈인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이후 태평양증권 인수 등 선경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해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해당 자금의 실제 출처와 이동 경로, 차명계좌 이용 여부, 재단 등을 통한 자금 관리 및 이전 과정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여사가 장남 노재헌 대사가 관여한 재단 등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152억원의 자금 흐름 역시 주요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검찰은 앞서 5·18기념재단 등으로부터 김 여사와 노소영 관장, 노재헌 대사 등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비자금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압수수색은 그동안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확보하는 자료에 따라 노태우 일가 비자금 의혹 수사의 방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김옥숙 메모’에 기록된 자금과 실제 금융거래 내역이 일치하는지, 해당 자금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됐는지, 이후 어떤 경로를 통해 관리·이전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단과 차명계좌를 통한 자금 관리 의혹까지 수사가 확대될 경우 노 전 대통령 일가뿐 아니라 당시 자금 관리에 관여한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자금의 조성·이동·관리 과정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촉발된 민사적 논쟁을 넘어 검찰의 형사 수사로 본격 전환되면서, ‘김옥숙 메모’에 적힌 수백억원대 자금의 실체와 최종 귀착지가 이번 수사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제기된 비자금 은닉 및 조세포탈 의혹은 수사 단계의 사안으로, 압수수색이나 고발 사실만으로 관련자들의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검찰의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결과에 따라 실제 범죄수익 해당 여부와 형사책임의 범위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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