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노조, 한화 경영참여 제동 촉구…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불허' 요구
"항공에선 공급업체·우주에선 경쟁사"…이해상충·핵심정보 접근 우려 제기 한화 KAI 지분 15.89% 확보…노조 "승인 땐 대정부 투쟁"
[시사매거진 한창기 선임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KAI 경영참여가 항공·우주산업의 경쟁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불허를 촉구했다.
KAI 노동조합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25년 11월부터 KAI 지분을 다시 매입해 지난 10일 기준 15.89%를 확보했으며,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고 12일 밝혔다.
상장회사 지분 15% 이상 취득에 따라 한화와 KAI의 결합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에 올랐다. 노조는 한화가 항공 분야에서는 KAI의 주요 공급업체인 동시에 우주 분야에서는 직접 경쟁하는 사업자라는 점을 들어 일반적인 지분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가장 먼저 제기한 쟁점은 공급업체의 고객사 경영 참여에 따른 이해상충 가능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의 T-50 계열 항공기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KF-21 최초 양산에 필요한 17종의 부품을 4731억 원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소형무장헬기(LAH) 항공전자장비를 비롯해 KF-21 임무컴퓨터와 다기능시현기,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등을 납품하고 있다.
노조는 한화 계열사가 KAI의 주요 주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향후 부품·장비 선정 과정에서 가격과 성능, 기술력을 기준으로 한 독립적 구매 판단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 계열 제품이 우선 채택되거나 경쟁 부품업체의 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공정위가 따져야 할 사안으로 제시했다.
우주사업에서 양측이 실제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노조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3년 5월 17일 KAI와 670억 원 규모의 초소형위성체계 SAR 검증위성 K모델 개발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한화시스템도 678억7000만 원 규모의 H모델 개발계약을 맺었다.
노조는 2026년 2월 한화시스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K모델과 H모델이 경쟁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온 점을 근거로 두 회사가 초소형위성체계 후속 양산사업에서 실질적인 경쟁자라고 주장했다.
경쟁사의 경영 참여로 영업상 핵심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KAI의 입찰가격과 목표가격, 사업원가, 기술개발 방향, 협력업체·컨소시엄 구성, 연구개발 투자계획, 신규사업 참여 여부와 중장기 우주사업 전략 등은 경쟁사업자에게 노출돼서는 안 되는 주요 정보라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한화가 KAI 경영에 참여하면서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경쟁사업자가 상대방의 가격과 전략을 파악한 상태에서 동일한 국가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 중심으로 항공우주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노조는 KAI가 국내외 부품·장비업체의 기술력과 가격, 성능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최적의 협력사를 선정해야 하는 체계종합기업인 만큼 특정 공급업체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구매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가 고착되면 KAI와 거래하는 국내 항공우주·방산 협력업체의 수주 기회와 경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2023년 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당시 공정위는 함정부품 공급업체와 함정 건조업체 간 결합에 따른 견적가격 차별과 경쟁사의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노조는 한화와 KAI의 경우 '공급업체의 고객사 경영 참여'와 '경쟁업체의 경쟁사 경영 참여'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한화-대우조선해양 결합보다 경쟁제한 구조가 복합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국가 연구개발비가 대규모로 투입되고 사업자가 제한된 전략산업인 만큼 한번 경쟁구조가 훼손되면 새로운 사업자가 이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KAI 노동조합은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항공우주산업의 공급망과 독립적인 경쟁구조에 미칠 영향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한화의 KAI 경영참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결합이 승인되거나 조건부 승인될 경우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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