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번호 투표지·도장 누락·연락 두절...잠실 투표록이 드러낸 선관위 실태
용지 소진 경고에도 사실상 무대응 무번호 투표지·도장 누락 드러나...국조 정국 뇌관 부상 주진우 "참정권 훼손 중대 사안...선관위 부실 관리 책임 규명해야"
[시사매거진 장석 기자]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실상이 담긴 투표록이 공개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장 대응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투표용지 소진 경고가 수차례 전달됐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에는 무번호 투표용지와 도장 누락, 수기 작성 오류까지 이어진 정황이 확인되면서 관리 부실 책임론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국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송파구 일대 투표소 투표록을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확보한 압수수색 대상 기록과 동일한 자료로 알려졌다. 서울 광진·강남·동작·송파·서초구 투표소 관련 문서가 포함됐으며 송파구의 경우 확보가 어려운 일부 지역을 제외한 52개 투표소 자료가 제출됐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잠실2동 제6투표소 기록이다.
투표록에 따르면 해당 투표소는 선거 당일 오후 2시 53분께 남은 투표용지가 238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급 선관위에 알리고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용지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후 투표소 측은 투표용지 소진 이후의 대응 절차를 문의했지만 명확한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 투표록에는 "전화 다시 준다고 했으나 연락이 없음"이라는 내용까지 기재돼 있어 현장과 선관위 사이의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투표용지 확보 이후에도 이어졌다.
오후 늦게 전달된 추가 물량 가운데 일부는 일련번호가 없는 상태였으며 현장에서는 번호를 수기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기재 오류가 발생했고 투표관리관 도장이 찍히지 않은 채 교부된 사례도 확인됐다.
잠실7동 제2투표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투표소에서는 오전부터 바닥과 기표소 내부에서 발견된 투표용지를 별도 처리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기록됐으며 오후 들어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대기 중인 유권자들에게 임시 번호표를 배부하며 현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물량이 도착한 뒤에는 일련번호를 직접 적어 넣는 방식으로 투표를 이어갔고 안내 방송과 대기자 관리가 이어지는 등 정상적인 선거 운영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전개됐다는 것이 투표록 내용이다.
특히 일부 기록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급히 메모한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 현장의 혼란을 짐작하게 한다. 선거 사무원들이 통상적인 절차보다 상황 수습에 집중해야 했던 정황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투표록 공개가 국정조사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물량 부족을 넘어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과정, 위기 대응 매뉴얼 작동 여부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진우 의원은 "투표록에는 무번호 투표용지, 도장 누락, 수기 오류 등 당시 현장의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된 만큼 선관위의 관리 책임과 대응 과정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투표록은 선관위가 현장의 경고 신호를 적시에 인지했는지, 또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를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될 전망이다.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 만큼 단순 실무 착오인지, 구조적 대응 실패인지를 둘러싼 진상 규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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