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로 창업세대 복원…'패기와 도전' 다시 꺼냈다
창립 73주년 맞아 최종건·최종현 회장 메시지 영상 공개 전쟁 폐허 속 창업부터 석유·이동통신 진출까지 SK 성장사 압축 최태원 회장 제안으로 첫 AI 전편 제작…구성원 공유 확대
[시사매거진 한창기 선임기자] SK그룹이 창업세대의 육성과 경영철학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해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시작된 창업 과정과 이후 석유, 이동통신으로 이어진 도전의 역사를 되짚으며 그룹의 핵심 가치인 '패기와 도전'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5분 분량의 AI 영상을 지난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1층 미디어월에서 상영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영상은 사내방송으로도 송출돼 전 구성원이 시청할 수 있다.
이번 영상은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두 창업세대 회장이 생전 남긴 어록과 경영 일화를 바탕으로,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 재건에서 출발해 SK그룹의 성장 과정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영상 속 최종건 창업회장은 전쟁 잿더미 속 공장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경험을 토대로 기업가 정신을 전한다. 그는 "잿더미 밖에 안 남은 공장을 보고 다들 끝났다고 했어. 세상 사는데 쉬운 일이 있나? 경영도 늘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기회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았어"라고 말한다.
이어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연결하고 무너진 것은 다시 세운다'는 창업 정신 아래 1958년 나일론 생산 결단, 닭표안감 흥행, 워커힐호텔 인수 등으로 이어진 성장 과정을 소개하며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게 내 신념"이라고 강조한다.
1973년 형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SK의 사업구조를 확장한 과정과 장기적 안목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는 "선경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며 석유에서 섬유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축 과정을 되돌아본다. 또 "위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해. 우리 안에 있는 원칙과 기준, 그걸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 쓰는 거야"라고 말한다.
영상에는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결심한 배경도 담겼다. 최 선대회장은 "모두가 '눈에 잡히지 않는다' '미래가 먼 얘기다'라며 망설였지만, 기업가라면 1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회고한다. 이는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이어졌고, 이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 확장되는 현재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의 출발점이 됐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영상 말미에는 최태원 회장의 2022년 창립기념일 기념사도 담겼다. 최 회장은 "두 분에게 물려받은 치열함과 고귀한 정신, 단단한 저력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AI 영상은 최 회장이 "AI를 활용해 SK그룹 창업세대가 간직한 패기와 지성의 DNA를 구성원과 나누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제작이 추진됐다. SK그룹이 창업세대를 기리는 영상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영상 전편을 AI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에는 SK그룹 사사, 선대회장 저서, 지난해 디지털 복원한 육성 녹음 테이프 3000여 건으로 구성된 '선경실록' 등이 활용됐다. AI가 이들 사료를 학습한 뒤 서사를 구성하고 영상을 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열린 창립 73주년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도 상영됐다. 영상을 본 최 회장은 "영상과 음성의 정확도가 상당한 수준이며 1~2년 뒤면 수준이 훨씬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창업과 석유,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그룹의 성장 역사가 이제 AI로 확장되는 시점"이라며 "창업세대의 유산인 '패기'와 '지성'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다시 방향을 잡는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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