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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필수의료 '구조개편' 칼 빼들었다...병상·인력·이송체계 전면 대수술

'연결'에서 '수용'으로...산모·신생아·중증환자 동시 대응 가능한 '완성형 의료체계' 구축 나서

대구지역의료계 필수의료현안 긴급 점검회의.(사진_대구시)
대구지역의료계 필수의료현안 긴급 점검회의.(사진_대구시)

[시사매거진 장석 기자] 대구시가 최근 발생한 고위험 임산부 응급이송 지연 사고를 계기로 지역 필수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에 나섰다. 단순한 재발 방지를 넘어 병상·인력·이송 시스템을 동시에 손보는 전면 대응이다.

대구시는 지난 8일 시청 산격청사에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지역 의료계 필수의료현안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공백과 응급이송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집중 점검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응급 상황에서 7개 병원에 수용을 요청했으나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 넘게 지연된 끝에 타지역에서 수술을 받은 사고를 계기로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신생아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도 중증 후유증 위험에 놓이면서 지역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점검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구시는 이미 2023년부터 '다중이송전원협진망'을 가동하며 중증응급환자의 병원 전전 문제를 줄여왔다. 실제로 해당 시스템은 2025년 600건 이상, 2026년 들어서도 800건 이상 가동되는 등 현장에서 활용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기존 체계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협진망은 병원 간 수용 여부를 조정하는 기능은 수행하지만 산과·소아과·신생아중환자실(NICU) 등 배후 진료체계가 동시에 갖춰지지 않을 경우 작동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단순 응급처치가 아닌 분만, 신생아 집중치료, 산모 집중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완성형 의료체계'가 필요하다.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될 경우 응급실 단계에서 환자 수용 여부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결국 이번 사고는 단순한 이송 실패를 넘어, 연결 시스템은 갖춰져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의료 인프라가 부족했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대구지역 모자의료센터는 총 145병상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병원별 전문의·전공의 인력 편차가 크고 일부 병원은 산모·태아 집중치료 기능이 없는 등 실제 치료 역량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병상 수 확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병상은 있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해 실제로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병상과 실제 치료 역량 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생아중환자실(NICU) 등은 숙련된 의료진 확보가 어려워 병상이 '숫자'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처럼 다학제 협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부 인력 공백만으로도 병상 운영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당직 운영과 중증환자 대응이 가능한 인력까지 부족해 응급 상황에서도 병상을 열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신생아중환자실과 산모·태아 집중치료실 병상을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필수의료 전공의 수당 인상과 난이도 기반 보상체계 도입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숫자가 아닌 실제 작동하는 병상 확보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송체계도 전면 개편된다. 기존에는 구급대가 병원에 일일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으나 대구시는 의료진-구급상황관리센터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병상·의료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도입한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 중증도와 병원 수용 능력을 동시에 분석하고 최적 병원을 자동으로 선정하는 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 이는 기존 '전화 의존형 이송체계'를 데이터 기반 자동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하는 것으로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는 현장 대응 역량도 대폭 강화한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특수진료 경험이 있는 간호사 자격 구급대원을 상황관리센터에 배치하고 구급지도의사 제도를 고도화해 현장에서 전문의 판단을 즉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소방대원을 응급실에 파견해 임상실습을 실시하는 등 구급 단계부터 의료 전문성을 확보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이와 함께 산모·신생아·중증외상 등 6대 필수의료 분야별 표준 대응 프로토콜을 마련해 이송과 치료 과정의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시청 산격청사에서 '지역 의료계 필수의료현안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사진_대구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시청 산격청사에서 '지역 의료계 필수의료현안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사진_대구시)

김정기 권한대행은 "소중한 생명이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재정 지원 확대와 함께 중앙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의 이번 대책은 단순한 사고 대응에 그치치 않고 지역 필수의료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러한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는 중앙정부의 수가 체계 개편 수용 여부와 의료 인력 확보 속도, 그리고 병원 간 협력 수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낮은 보상 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인력 확충 정책 역시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대구시의 이번 대응은 단순한 지역 차원의 대책이 아닌 지방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하나의 실험적 모델로 평가된다. 지방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모델이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실제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구조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향후 전국 단위 의료정책의 방향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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