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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 23%의 민의를 배제한 의회에 미래는 없다

부산시의회 원구성, 협치의 길인가 독식의 길인가 다수당의 책임은 독점이 아니라 포용이다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제10대 부산시의회가 곧 원구성에 들어간다. 7월 초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이 선출되면 향후 4년간 부산시의회를 이끌 새로운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벌써부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구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원구성은 단순한 자리 배분이 아니다. 향후 4년간 부산의 미래를 결정할 정책 방향과 의회 운영 원칙을 정하는 첫 번째 정치적 선택이다. 원구성이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부산시의회의 수준과 품격도 결정된다.

이번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 37석, 더불어민주당 11석으로 구성됐다. 의석수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은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자적으로 선출할 수 있는 절대다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숫자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지만, 다수결만으로 존재하는 체제가 아니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한 민의를 제도 안에서 반영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작동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시민들은 민주당에 11석을 맡겼다. 전체 의석의 약 23%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부산시민 네 명 중 한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민주당을 선택했고, 그 뜻이 시의회에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국민의힘이 의장, 부의장,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것이 과연 시민의 뜻에 부합하는가.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다.

만약 의석의 23%를 차지한 제1야당에게 의장단 한 자리, 상임위원장 한 자리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협치가 아니다.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독식일 뿐이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은 새로운 정치적 균형을 선택했다. 부산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 시장을 선택했고, 동시에 국민의힘 다수의 시의회를 만들었다. 집행부는 민주당, 의회는 국민의힘 다수라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된 것이다.

이는 어느 한쪽에 절대 권력을 몰아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견제와 균형,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산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라는 시민의 명령에 가깝다.

그렇기에 지금 부산시의회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은 독점이 아니라 협치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리를 독점한다면 시민들은 의회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민주당이 소수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의회 운영의 중심에서 배제된다면 부산시민 23%의 선택은 어디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가.

권력은 독점할수록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견제받을 때 건강해진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상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임을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국회와 전국의 많은 지방의회에서도 제1야당에 부의장직이나 일부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하는 것은 협치의 관행으로 자리 잡아 왔다.

국민의힘이 37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부산시의회 전체를 소유하게 된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다수당에게 운영의 책임을 맡긴 것이지 의회를 독점할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일수록 더 큰 포용력과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 의장단 한 자리,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제1야당과 공유하는 것은 양보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며, 다수당의 자신감과 정치적 품격을 보여주는 일이다.

민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단순히 자리를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 경쟁과 시정 감시, 대안 제시를 통해 시민들이 왜 민주당에 11석을 맡겼는지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제 부산시의회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다수당의 힘으로 모든 것을 독점하는 의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시민이 부여한 다양한 민의를 존중하며 협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것인가.

원구성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4년 동안 부산 정치가 어떤 품격과 수준을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는 첫 번째 시험대다.

의석 23%의 민의를 의회 안으로 끌어안을 것인가, 아니면 의회 밖으로 밀어낼 것인가. 부산시민은 지금 그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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