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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달의 흑백풍수 칼럼] 정원은 천지의 축도(縮圖)다
나무 한 그루도 풍수다. 좋은 터가 풍수의 시작이라면, 터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조경(造景)의 몫이다.
일목일초(一木一草)에도 이치가 있다. 바람이 강한 곳에는 나무를 심어 바람을 막고, 물이 부족한 곳에는 연못이나 수경 시설을 두어 기운을 모은다. 공간이 넓은 곳에는 정원과 화단을 만들어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막는다. 마을의 당산숲과 수구막이 숲, 방풍림 등이 대표적이다.
비보풍수(裨補風水)에서는 부족한 산세를 숲으로 보완하고, 거친 기운은 식재로 완화한다. 도심은 개발의 후유증을 조경으로 보완하려 한다. 길은 물의 흐름으로 보고, 물은 재물의 흐름으로 보며, 나무는 생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산책로의 방향, 연못, 수목의 배치, 정원의 형태 등은 모두 공간의 분위기와 사람의 심리에 기반한 현대적 해석이다. 조경은 미관을 중시하지만, 풍수는 생기를 우선한다. 아무리 화려한 조경이라도 인위적인 구조는 관리가 약해지면 금세 쇠락한다. 자연과 인위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경주의 동궁과 월지는 자연을 꾸민 것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물 위에 재구성한 공간이다. 연못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마치 움직이는 정원과도 같은 느낌이다. 산수(山水)를 축소해 한눈에 담아낼 수 있도록 하였다. 동궁과 월지는 자연을 작은 연못 안에 담아낸 신라 정원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경주는 도시자체가 거대한 정원이다. 곡수(曲水)를 따라 술잔을 띄우던 포석정 또한 물의 흐름을 공간의 예술로 승화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신라의 정원은 자연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천지의 질서를 축소하여 담아낸 하나의 축도였다.
조경은 인위적으로 다듬는 작업이지만, 기운이 살아 있는 곳은 무엇을 두더라도 자연스러운 조경의 형상을 갖추게 된다. 던져 놓은 돌 하나도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땅 위의 건축물은 내적으로 출입문과 마당, 우물 등이 조화를 이루고 외적으로는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자연의 변화에도 안정성을 가진다. 작은 화초 하나도 방 안에 두면 천하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무와 연못은 마음을 쉬게 하고 정형적 배치의 허점을 일깨운다. 물은 지형을 따르며 비정형의 순리를 보여 준다. 앞마당은 작은 자연의 법칙이 있는 공간이다. 방 안의 족자는 마음의 경계가 되고, 정원은 압축된 자연의 철학적 풍경으로 심신의 균형을 가르친다.
건물과 담장은 청룡백호를 이루고, 우물과 연못은 배산임수의 형국을 만든다. 공간은 곡선형 구조를 선호하며, 내부도 직선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직선은 기운을 소모시킨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정원은 삶의 안정과 권력의 균형을 상징하기도 한다. 넘치지도 않고 고이지도 않으며, 흐르는 듯 머무는 연못에서 삶의 안정감을 배운다.
옷깃에 장식이 있듯, 건물에도 상징적 권위와 질서의 장치가 필요하다. 자연의 편안함 속에 인간의 질서를 배치하는 기술, 이것이 조경의 원리이다. 자연을 빌려 자연 속에 권력을 놓아두는 방식이다. 그래서 건축과 조경을 살아 있는 예술이라 부른다.
안동 지역의 고택 중에는 지형을 평탄하게 만들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위에 건축물을 올린 경우가 있다. 언덕은 깎이지 않고, 나무는 제거되지 않은 채, 집이 자연 속에 스며든 형태다. 이는 인간의 욕심을 드러내지 않고 풍경 속에 녹아 있는 방식이며 자연의 변화에도 비교적 안전한 구조다.
집 앞의 큰 나무는 시야를 가리고 기운을 누른다고 하여 꺼리는 경우도 있다. 지나친 조경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벗어난 또 다른 욕심일 수 있다. 욕심은 회복 탄력성이 약하다. 한 번 커지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자연은 넘침보다 균형을 가르치고, 소유보다 조화를 보여 준다.
풍수란 땅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조경 또한 자연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드러나지 못한 자연의 이치를 보여주는 일에 가깝다. 작은 공간은 화려하지 않다. 오래 머물수록 말이 줄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선의 걸림과 몸의 재촉함이 없는 곳, 그곳이 흩어진 마음의 안식처이다. 흐름이 막히지 않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자리에서 마음은 비로소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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