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빚의굴레 8) “AI가 바꾸는 개인채무와 NPL 시장”
[시사매거진 = 주성진 기자] 개인채무 시장에도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NPL과 채권추심은 사람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는 부분이 컸다. 하지만 수십만 건의 채권을 동시에 분석해야 하는 시장에서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NPL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채권의 실제 회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채무자의 소득, 재산, 연체기간, 과거 변제이력, 담보가치, 법적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AI는 이러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과거 유사한 채권의 회수 결과를 분석해 특정 채권의 예상 회수율과 회수기간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면 NPL 투자 방식도 바뀔 수 있다. 과거에는 경험 많은 투자 담당자가 수많은 자료를 검토해 투자 여부를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먼저 수천 개의 채권을 분류하고 투자자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가능하다.
채무조정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은 커질 수 있다. 채무자의 소득과 지출, 부채 규모를 분석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월 상환액을 산출하고 다양한 상환 시나리오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추심에서도 AI는 활용될 수 있다. 단순히 모든 채무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상환방식과 연락방식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채무에는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간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실직, 질병, 사업 실패, 가족의 경제적 위기 등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또한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편향된 판단을 한다면 오히려 채무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의 투명성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된다.
따라서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사람의 판단을 지원하는 기술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개인채무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은 단순히 많은 채권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면서도 법률과 윤리를 지킬 수 있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빚의 가격을 계산할 수는 있다. 그러나 빚을 진 사람의 삶까지 숫자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개인채무 시장의 AI 혁신은 ‘더 빨리 회수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에서 시작돼야 한다.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