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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손주 명의로 돌린 재산… 유류분반환소송 피할 수 있을까

-분쟁 피하려 제3자 명의로 증여하는 사례 잇따라 -실질이 상속인에 대한 증여면 시기 관계없이 산입 -"1년 전 증여도 쌍방이 손해 알았다면 반환 대상"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면서 유류분 분쟁을 피하려고 그 자녀가 아닌 며느리나 손주 명의로 증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한 증여는 유류분 계산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을 보고, 우회 증여로 판단되면 시기와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에 포함시킨다. 부동산처럼 흔적이 남는 재산일수록 명의를 돌려도 실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7일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전 1년 안에 이뤄진 것만 유류분 산정에 산입되지만, 상속인의 배우자나 자녀에게 한 증여라도 실질적으로 그 상속인에게 직접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고려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명의만 바꾼다고 유류분반환소송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사는 A씨의 사례가 그렇다. A씨의 아버지는 생전에 소유 부동산을 장남이 아닌 장남의 아내와 아들, 즉 며느리와 손자 명의로 나눠 증여했고, 사망 후 남은 상속재산은 거의 없었다. A씨가 항의하자 장남은 "나는 받은 것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증여받은 며느리·손자가 장남과 생계를 같이하며 그 재산의 이익이 사실상 장남 가족에게 돌아갔다면, 법원은 이를 장남에 대한 증여와 같게 평가할 수 있다. 이 경우 며느리와 손자가 받은 재산의 가액이 장남의 특별수익으로 계산에 들어가, A씨의 유류분 부족액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유류분 산정의 기본 구조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공동상속인이 받은 증여는 특별수익으로서 시기와 관계없이 산입되고,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상속 개시 전 1년간 이뤄진 것만 산입되는 것이 원칙이다(민법 제1114조). 우회 증여 법리는 이 두 원칙의 틈을 메운다. 법원은 증여의 경위, 증여받은 사람과 상속인의 관계, 재산의 실제 이용과 이익의 귀속 등을 종합해, 형식상 제3자 명의라도 실질이 상속인에 대한 증여라면 시기 제한 없이 특별수익으로 고려한다.

증여받은 재산에 상속인이 실제로 거주하거나 그 임대 수익을 상속인이 관리해 온 정황 등이 실질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된다.

1년보다 앞선 제3자 증여를 다투는 길도 있다. 민법 제1114조는 증여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경우에는 1년 전의 증여도 산입하도록 정한다. 피상속인이 재산 대부분을 특정인에게 넘겨 남은 상속인들의 몫이 사실상 사라진 정황, 증여 무렵의 재산 상태와 가족 관계 등이 이른바 '해의'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된다.

다만 해의는 증여한 쪽과 받은 쪽 모두에게 인정돼야 하므로 입증 부담이 가볍지 않고, 우회 증여 법리와 해의 주장 가운데 사안에 맞는 쪽을 골라 공격 방법을 세우는 것이 실무의 요령이다. 피상속인이 보험료를 내고 특정인을 수익자로 지정해 둔 사망보험금 역시 사안에 따라 유류분 산정에서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입증 준비는 재산 흐름의 재구성에서 출발한다. 부동산은 등기사항증명서로 소유권이전등기의 접수일과 등기원인, 등기명의인을 확인해 증여가 의심되는 거래의 시점과 상대방을 파악하는 단서로 삼을 수 있다. 다만 등기만으로 실제 증여계약일이나 차명·우회 증여 여부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증여계약서와 자금 출처, 계좌 거래 내역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재산은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와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를 통해 피상속인 명의의 금융재산·채무와 거래 금융기관의 존재 여부를 우선 확인할 수 있다. 이 조회만으로 구체적인 입출금 내역이나 자금의 최종 귀속까지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어서, 확인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추가 자료를 확보하거나 소송에서 금융거래정보 제출 절차를 검토하게 된다.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1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둬야 한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고,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민법 제1117조). 우회 증여가 의심되면 신속히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한편, 시효 문제를 피하기 위해 수증자나 수유자를 특정해 반환 청구 의사를 명확히 적은 내용증명을 발송해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반환 청구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증여를 받은 수증자 또는 유증을 받은 수유자다. 등기명의인은 중요한 단서지만 명의자와 실질 수증자가 다를 수 있는 우회 증여·차명거래 사안에서는 자금 흐름과 거래 구조를 확인해 실제 반환의무자를 특정해야 한다. 유증과 증여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증을 먼저 반환받고, 부족한 범위에서 증여 수증자를 상대로 청구하게 된다.

올해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는 개정 민법에 따라 반환이 가액(금전)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엄 변호사는 "우회 증여 사건은 명의와 실질의 간극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며 "증여받은 사람과 상속인의 생활 관계, 재산의 실제 사용처를 보여 주는 자료를 차근차근 확보하고, 짧은 시효를 놓치지 않도록 청구 의사 표시와 조사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글)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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