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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키네 쿠로키, 지금 가장 뜨거운 베토벤을 말하다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 한상일 수원SK아트리움 6월 28일

“안녕하세요, 유키네 쿠로키입니다.”

지난해 9월 대구 수성아트피아 리사이틀 무대. 폭풍처럼 몰아친 연주가 끝난 뒤 객석을 놀라게 한 것은 뜻밖에도 그의 한국어 인사와 소감 멘트였다. 정확한 발음과 자연스러운 억양에는 팬서비스를 넘어선 진심이 담겨 있었다. 평소 한국 드라마와 문화를 좋아해 틈틈이 한국어를 익혀왔다는 유키네 쿠로키는 음악 밖에서도 한국 관객과의 거리를 스스럼없이 좁혀왔다.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은 과거 2022년 리스트 위트레흐트 콩쿠르에서 만난 그를 두고 “여느 젊은 일본 여성처럼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알았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무대 위의 유키네 쿠로키는 ‘가와이…사랑스러운’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피아니스트였다. 류태형은 그의 연주에서 “동양적인 정갈함”과 “슈베르트적 순수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리스트 편곡 슈베르트 작품에서는 화려함보다 순수한 서정을 앞세우며 자신만의 설득력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오는 6월 28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한상일이 지휘하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는 유키네 쿠로키. 최근 그는 누구보다 깊이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그는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협주곡은 신비롭고 품격이 넘치지만 동시에 유머와 열정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유키네는 베토벤 협주곡 4번을 고전적 우아함에 머무는 작품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선율 안에 갑작스럽게 솟구치는 강렬한 감정, 그리고 인간적인 흔들림까지 함께 읽어낸다.

“베토벤이 당시 사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크게 흔들리는 감정들을 귀 기울여 들으며 제 안의 필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이번 공연은 지휘자 한상일과 군포 프라임필과의 첫 만남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유키네는 “협주곡 리허설은 언제나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해석이 리허설에서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 변화 자체가 음악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지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무대에서의 성장도 눈부시다. 2022년 리스트 위트레흐트 콩쿠르와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더 많은 관객 앞에 서게 되었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이 청중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제는 ‘잘 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어요”

그의 바람은 단순했다. 자신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나 힘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즐거움이든, 위로이든, 혹은 “내일 조금 더 힘내볼까” 하는 마음이든 무엇이든 좋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2024년 카네기홀 와일홀과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데뷔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꿈의 무대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공연 후 기립박수를 받고 앙코르를 여러 곡 연주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온 유키네는 최근 들어 ‘협연’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예전에는 다른 제안을 받으면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차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음악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확장되는 순간이 정말 좋습니다.”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는 3월 도쿄 메구로 퍼시몬홀에서의 긴급 대타 공연을 꼽았다. 예정됐던 피아니스트가 갑작스럽게 출연하지 못하게 되면서 불과 열흘의 준비 기간만으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무대에 올랐다. 당시를 떠올리며 웃으며 말했다.

“피아니스트라면 한 번쯤 꿈꾸거나 동시에 두려워하는 경험이죠.”

예상치 못한 무대였지만 그 경험을 오히려 즐겼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쇼팽은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다가왔고, 리허설에 없던 즉흥적인 표현까지 시도하며 자신 안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대구 수성아트피아 공연 당시 객석 가득 울려 퍼진 “브라보”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다.

“한국 관객들은 정말 열정적입니다. 또 음악적으로 굉장히 열린 분들이 많아요. 도전적인 프로그램도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느낌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공연을 계기로 카푸스틴 에튀드 같은 새로운 레퍼토리에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깊이 탐구하고 있는 작곡가는 누구일까. 돌아온 답은 망설임 없이 베토벤이었다.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올해 유키네는 베토벤 협주곡 네 곡과 <열정>, <월광> 소나타를 연이어 무대에 올리며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저는 리스트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리스트 역시 베토벤을 존경했죠. 두 사람은 감정의 표현 방식에서 굉장히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에게 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악보는 치밀하게 짜여 있지만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강렬한 감정이 꿈틀거린다고 그는 말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의외로 담백했다.

“즐기자는 마음입니다.”

그는 음악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연주자 자신이 먼저 행복하지 않으면 관객에게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특유의 환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 음식이 정말 좋아서 한국 공연에서는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의 맛난 음식은 저에게 또 다른 기쁨이자 에너지죠.” (웃음)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사진_PAPA)

러시아 음악과 리스트, 베토벤에 강점을 가진 그는 앞으로 더 낯선 세계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과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도 그가 꿈꾸는 새로운 레퍼토리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잊지 않고 성장하고 싶습니다.”

정갈한 감수성과 폭발적인 에너지, 그리고 진심 어린 소통 능력까지. 유키네 쿠로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의 문을 넓혀가고 있다. 그가 깊이 탐구하고 있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오는 6월 28일 수원SK아트리움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All That Beethoven(포스터_군포문화재단)
All That Beethoven(포스터_군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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