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더니…‘화상경마장’ 둘러싼 금산의 황당한 루머
문정우 금산군수 “민선 9기 들어 유치 언급도, 검토도 한 적 없다” 유치 희망 측 · 반대 측에서 서로 다른 소문 확산…지역사회 갈등 부추기는 ‘아니면 말고식 루머’ 이제는 멈춰야
[시사메거진_박규하기자]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옛말이 있다. 그러나 요즘 금산 지역사회를 바라보면 이제는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수준을 넘어, 존재하지도 않았던 이야기가 만들어져 마치 사실인 것처럼 구설에 오르는 형국이다.
최근 지역사회와 일부 언론을 통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금산 화상경마장’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한쪽에서는 “문정우 금산군수가 화상경마장 유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정우 군수가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 하니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원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면서, 어느 순간부터 문정우 군수가 실제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은 무엇일까.
본 기자는 논란의 당사자인 문정우 금산군수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문 군수의 답변은 명확했다.
민선 9기 군정이 시작된 이후 화상경마장 유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검토한 사실이 없으며, 현재 유치를 추진할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군수가 언급하지도 않았고 군정 차원에서 검토하거나 추진하지도 않은 사안이라면, 도대체 이러한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시작돼 군민들 사이를 떠돌고 일부 언론에까지 오르내리게 된 것일까.
의문을 품은 본 기자는 소문의 출처를 따라 취재를 시작했다.
물론 소문의 특성상 그 시작점과 전달 과정을 100% 객관적인 사실로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라는 점을 전제로 밝힌다.
취재 결과, ‘문정우 군수가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은 화상경마장 유치를 희망하는 일부 토지주와 관계 인사들이 유치 의향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는 과정에서 확대·재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움직임과 금산군의 공식적인 정책 추진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간의 움직임이 마치 군수가 나서서 화상경마장을 추진하는 것처럼 변질돼 지역사회에 전달됐다는 것이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반대편에서 흘러나온 소문의 배경은 더욱 씁쓸했다.
일부에서는 “문정우 군수가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 한다. 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취재 과정에서는 지난 금산군수 선거 이후 계속된 정치적 갈등과 감정이 이러한 주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추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정우 군수가 화상경마장을 추진한다’는 것을 전제로 반대 여론을 형성한다면 이는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는 다른 문제다.
특히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정치적 공격이나 특정 인물을 흠집 내기 위한 소재로 활용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군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한쪽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군수가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군수가 추진하려 하니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셈이다.
정작 당사자인 군수는 “언급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하는데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찬성과 반대로 갈려 논쟁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본 기자는 평생을 금산에서 살아왔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수많은 소문과 루머가 만들어지고, 처음에는 작은 이야기였던 것이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서 어느 순간 사실처럼 둔갑하는 모습도 수없이 지켜봤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취재하면서 느낀 실망감은 적지 않았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군민들에게 사실처럼 전달해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근거 없는 소문으로 군민을 찬성과 반대로 나누고 서로 다투게 만드는 것은 지역사회 전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정우 군수는 인터뷰 말미에 옛 현인들의 말을 빌려 군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좋은 말은 널리 소문내고, 나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민 여러분께서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어 문 군수는 자신의 군정 원칙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금산군과 군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설 것이며, 금산군과 군민들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면 역시 앞장서서 막아내겠습니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비판에도 최소한의 전제가 있다.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그러더라’, ‘어디서 들었다’, ‘아마 추진할 것이다’라는 말이 몇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언론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주장인지 군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금산은 크지 않은 지역사회다. 작은 소문 하나가 순식간에 지역 전체로 퍼지고, 때로는 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주민 간 갈등을 만드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것은 막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없는 말까지 만들어 천 리를 보내는 일은 이제 금산에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지역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근거 없는 소문과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에 낭비하기에는 지금 금산이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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