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용우 시사칼럼] 붕어빵 지방축제, 이대로 좋은가
바야흐로 축제의 시즌이 다가왔다.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 곳곳에서는 벚꽃축제, 지역 특산물 축제, 바다축제, 불꽃축제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행사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여기에 유명 가수를 초청한 콘서트와 야시장, 각종 체험 부스가 더해지며 축제장은 연일 인파로 북적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역이 활기를 되찾은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 대한민국의 지방축제는 사실상 ‘붕어빵 축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생태적 자산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기획은 점점 희미해지고, 어디서나 비슷한 구성의 행사들이 반복되고 있다. 외부에서 들여온 꽃 장식과 천편일률적인 야시장, 그리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유명 연예인 공연이 축제의 중심을 차지한다. 정작 지역의 이야기와 주민의 삶은 무대 뒤로 밀려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축제가 상당한 혈세를 소모하면서도 그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단기간 방문객 수는 늘 수 있지만, 지역 경제의 구조적 활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축제 이후 남는 것은 행사장 철거 비용과 반복되는 바가지요금 논란, 그리고 ‘다른 지역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뿐이다. 결국 축제는 지역 발전 전략이라기보다 단체장의 치적을 과시하는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방향성의 부재다. 축제가 지역을 설명하는 창이 아니라, 단순한 소비형 오락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계천 복원이나 순천만 사례처럼 지역 고유의 자산을 발굴하고 그것을 일상 속으로 확장하는 고민 대신, 손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 ‘보여주기식 콘텐츠’에 의존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물론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핵심은 ‘지역성’이다. 전북 전주의 비빔밥 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전주라는 도시가 가진 음식문화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 판매가 아니라 조리 과정, 역사, 지역 농산물과 연결된 스토리텔링을 결합하면서 ‘왜 전주여야 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경북 안동의 탈춤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유교문화라는 지역의 깊은 역사 자산을 기반으로, 공연과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단순 관람형 축제를 넘어선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가 아니라 “이 축제가 지역을 무엇으로 남기는가”를 따져야 한다. 축제가 단순한 소모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축적하는 과정이 되지 않는 한, 지금의 붕어빵식 축제는 결국 피로감과 재정 부담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지방축제는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복제되고 소비되는 방식이라면, 과감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역의 이야기가 빠진 축제는 더 이상 축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름만 남은 행사일 뿐이다.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