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용우의 정치本色] 지방선거인데, 지방이 없다
부울경 6·3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잠식됐다. 유권자는 ‘지역발전’과 ‘행정능력’을 본다 했지만, 정작 선거판을 흔드는 건 샐럽 정치인의 발언이다. 공약은 묻히고, 인물 검증은 실종됐다.
현실은 더 기묘하다. 광역단체장을 뽑는 선거보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가 더 큰 주목을 받는다. 부울경메가시티, 북항 개발, 경제 공약은 반짝 이슈로 소비되고 사라진다.
대신 유력 정치인의 말 한 마디에 지역 여론이 들끓는다. 여기에 언론 또한 한 몫 거든다. 지방선거가 아니라 ‘미니 대선’이 된 느낌이다.
이 구조는 위험하다.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할 선거가 중앙 정치의 인기투표로 변질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투표가 아니라 의제에서 이미 무너지고 있다.
왜 이런 왜곡이 벌어졌나. 북갑 보선에 쏠린 과도한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한동훈의 출마, 조국의 등판 가능성, 여기에 하정우 차출설까지 겹치며 선거의 성격 자체가 변질됐다.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차기 권력 구도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도 이 흐름을 부추긴다. 클릭과 주목도를 좇는 보도는 중앙 인물의 발언과 동선에 집중하고, 정당 역시 전국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지지층 결집에 몰두한다. 그 사이에서 지역 공약은 설 자리를 잃고, 정책 경쟁은 실종된다.
거대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릴수록 지역 의제는 더 빠르게 밀려난다. 유권자의 관심도, 언론의 조명도 모두 인물 경쟁에 빨려 들어간다. 정책은 설명되지 않고, 지역 현안은 검증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누가 더 센가’라는 중앙 정치의 프레임뿐이다.
유권자의 판단 기준과 실제 투표 환경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머리로는 ‘지역 일꾼’을 말하지만, 눈과 귀는 ‘중앙 권력’을 좇는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선거 결과는 지역의 필요가 아니라 정치적 분위기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이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연장선으로 굳어질수록, 지역은 스스로의 의제를 설정하고 해결할 능력을 잃게 된다. 책임 정치도, 정책 경쟁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 왜곡의 중심에 한동훈과 하정우의 부산 북구 출마가 있다. 한 사람의 등장이 선거 전체를 집어삼킨 지금, 지방은 또다시 배경으로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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