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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환경칼럼] 원전 지원금,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가 무너뜨리는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주변지역 지원사업은 본래 지역 상생을 위한 제도다. 그러나 울산 울주군 서생 지역에서 드러난 일련의 논란은 이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단순한 ‘잡음’이 아니다. 약 8년간 지속된 식탁보 지원사업에서는 공급가와 실제 집행가 사이에 두 배가 넘는 차이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간 유통 구조를 거치며 가격이 상승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더라도, 공공 예산이라는 점에서 그 과정은 투명하게 검증돼야 한다. 특히 특정 인물 또는 업체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구조라면, 이는 단순한 시장 거래가 아니라 ‘관계 기반 집행’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비슷한 시기, 서생면주민협의회에서도 신뢰를 흔드는 사건이 터졌다. 회장이 임기 시작 전 회비를 집행했다는 의혹, 그리고 그 사용처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주민자치 조직의 근간을 뒤흔든다. 공적 성격의 회비가 절차와 합의 없이 쓰였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사유화’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 사안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공공성의 붕괴’다. 원전 지원금이든 주민협의회 회비든, 모두 지역 공동체를 위해 존재하는 자원이다. 그러나 집행 과정이 불투명하고,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며, 특정 인맥이나 영향력이 개입한다는 의심이 반복된다면 그 자원은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대신 분열시키는 도구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명확한 검증과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제도적 실패다. 주민자치 조직 역시 내부 통제와 회계 공개가 형식에 그친다면, 대표기구가 아니라 이해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해법은 분명하다. 감정적 공방이 아니라 구조적 점검이다. 지원사업은 단가 산정부터 유통 구조, 업체 선정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주민협의회 역시 회계 투명성과 의사결정 절차를 원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감사도 피할 이유가 없다.
원전은 지역에 막대한 혜택과 동시에 부담을 준다. 그래서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신뢰가 요구된다. 그 신뢰가 무너진 순간, 지원금은 ‘혜택’이 아니라 ‘갈등의 씨앗’이 된다.
지금 서생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 자원이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쓰여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지원도 공동체를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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