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대한항공, 국제선·공항 라운지 동반 세계 3위…프리미엄 서비스 존재감

[조용우의 정치本色] 김두관의 '백의종군', 부울경 위기의식의 발로

선당후사 정신으로 하정우 북갑 출마 요청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보궐선거가 점입가경이다. 특히 부산 북갑과 울산 남갑 보궐선거를 둘러싼 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하다. 승산, 상징성, 인물 경쟁력, 그리고 전국 정치 지형까지 얽혀 있다. 그 한복판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두관이다.

그런데 그가 돌연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출마가 아닌 출마자들을 앞장서 돕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직 당의 공식 후보가 결정되기도 전에 선당후사를 외치며 자신부터 먼저 내려놓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선당후사’는 흔히 소비되는 수사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하다. 공천은 곧 생존이고, 출마는 곧 정치적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두관의 선택은 계산된 행보라기보다 방향을 택한 결단에 가깝다.

“장수가 아닌 목마가 되겠다”는 말을 통해 지금 민주당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태도가 응축돼 있다. 부산 북갑은 그에게 정치적 가능성의 자리다. 연고, 확장성, 그리고 승리 가능성까지 높다. 울산 남갑 역시 리스크는 크지만 명분 또한 분명하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기면 대박’인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전략 자산’이 아닌 ‘전략을 돕는 존재’로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겸양이 아니다. 당이 필요로 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이자, 동시에 특정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하정우 차출론에 대한 태도다. 정치권의 일반적인 문법이라면 경쟁 구도를 만들거나, 최소한 자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두관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하정우를 전면에 세우고, 자신은 그를 “목마 태우겠다”고 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미담으로 소비하기엔 함의가 크다. 지금 민주당이 고민하는 것은 ‘누가 나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기느냐’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김두관은 개인의 정치적 이해를 뒤로 미루고, 당의 전략적 선택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하나의 배경이 더 있다. 바로 한동훈의 등판이다. 그의 등판이 현실화되면서 부산 선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출렁이고 있다. 단순한 보궐선거가 아니라 부울경 전체 판세를 뒤흔드는 ‘한동훈 바람’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사진_시사매거진 DB)
(사진_시사매거진 DB)

김두관의 백의종군 선언은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자칫하면 부산을 넘어 울산·경남까지 영향을 미치며 지방선거 전체 구도가 불리하게 기울 수 있다는 판단, 바로 그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내부 경쟁에 에너지를 소모할 여유가 없다는 절박함, 그리고 지금은 ‘누가 나서느냐’보다 ‘판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의 결단을 끌어낸 것이다.

물론 이것조차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통한 리더의 품격, 정치에서 명분은 곧 자산이다. 험지로 향하거나, 혹은 양보하는 선택은 향후 더 큰 역할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두관 역시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결단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국면에서 그는 ‘자신이 나서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 ‘당이 이길 수 있는 선택’을 강조했다.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부산 북갑에 한동훈이 등장하면서 선거는 이미 전국급으로 확장됐다. 여기에 하정우 카드, 보수 진영의 단일화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판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경쟁까지 격화된다면, 민주당은 싸워보기도 전에 지칠 수밖에 없다. 김두관의 메시지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지도부는 빨리 판을 정리하라.” 그리고 “나는 무조건 따르겠다. 그리고 앞장서 돕겠다.”

정치는 결국 선택의 예술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두관은 이번에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 개인이 아니라 당, 자리가 아니라 승리, 경쟁이 아니라 역할이다.

모든 정치인이 이 길을 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민주당이 가장 필요로 하는 태도가 무엇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김두관의 ‘백의종군’은 그래서 전략을 넘어선다. 그것은 위기 속에서 나온 결단이자, 동시에 오랜만에 정치에서 발견된, 드물지만 분명한 ‘품격’의 장면이다.

조연묵 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