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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환경칼럼] 이제 무상교통으로 도시대전환을...

기후위기시대, 부산대중교통의 새로운 상상력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생태문명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한때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무상급식’ 논쟁은 이제 일상의 상식이 되었다.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간이 흐르며 확장된 결과다. 이후 정치권에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가 이어졌지만, 유독 ‘기본교통’, 즉 무상교통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이르러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이제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탄소배출 구조를 바꾸는 핵심 정책 영역이다. 특히 도시에서 자동차 중심 이동체계를 유지하는 한, 탄소중립은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보급 역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동 수요 자체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야말로 구조적 해법이다.

이 지점에서 무상교통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선다. 그것은 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동차 이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직접적으로 감축하는 직접적인 기후정책이다. 

실제로 세계 여러 도시들은 이미 이러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한시적으로 대중교통을 월 9유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고, 수천만 명이 이를 이용하며 자동차 이용 감소와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성과를 확인했다. 프랑스 덩케르트는 전면 무상버스를 도입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크게 끌어올렸고, 미국 보스턴과 오스트리아·스페인 등도 다양한 형태의 무상 또는 준무상 교통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교통비 절감이라는 개인의 혜택을 넘어, 도시 전체의 에너지 구조와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변화의 초입에 서 있다. 국토부의 K-패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경기도의 더 경기패스, 부산시의 동백패스 등 다양한 교통비 지원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복지’의 틀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교통정책을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중심에 놓고, 도시 설계 자체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부산에서 진행된 대중교통 공약 선정 라운드테이블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시민배심원단이 참여해 도출한 정책 우선순위는 단순한 개선 요구를 넘어, 도시 시스템 전환의 방향을 보여준다.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꼽힌 것은 ‘배차 간격 단축’이다. 이는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다. 이어 BRT 노선 확충과 고도화, 수요응답형 교통(DRT) 확대, 교통수단 통합 연계 서비스(MaaS) 상용화, 버스 대기시설 개선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과제는 각각 분절된 정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의 전환’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DRT와 MaaS와 같은 미래형 교통 개념이 상위 과제로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이동 체계를 재구성하려는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다. 여기에 BRT와 급행버스, 환승센터 구축 등이 결합된다면, 부산은 자가용 승용차 없이도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여전히 도로를 넓히고 자동차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과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로 전환할 것인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이 질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무상교통은 그 자체로 완결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를 바꾸는 출발점이다. 교통비 부담을 낮추고, 대중교통 이용을 일상화하며, 나아가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된다. 도로 위의 자동차를 줄이고, 그 자리를 사람과 녹지, 그리고 공동체의 공간으로 되돌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부산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빠르고 촘촘한 대중교통망,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요금체계,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재편된 도시 구조. 이것이야말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이며, 동시에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이제는 교통을 ‘이동’이 아닌 ‘도시의 미래’로 바라봐야 한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디자인, 그것이 기후재난을 넘어 생태문명으로 나아가는 부산의 새로운 좌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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