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대한항공, 국제선·공항 라운지 동반 세계 3위…프리미엄 서비스 존재감

[조용우 환경칼럼] 오늘은 식목일, 나무를 심자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한때 나는, 아주 오래된 농담처럼 그러나 어쩌면 진심에 더 가까운 마음으로 다음 생에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도 흔들릴 뿐 꺾이지 않는 존재,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견디며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존재. 고목이 품고 있는 그 고요한 위엄과 시간의 결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무엇보다도, 먹고 먹히는 것이 당연한 질서로 자리한 자연 속에서, 누구도 해치지 않고 빛과 공기만으로 스스로를 살게 하는 나무의 방식이 경이로웠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소모하는 세계 한가운데에서, 나무는 그 흐름을 비껴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침묵 속에서, 그러나 가장 충만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명.

자연에는 선악도, 윤리도 없다. 그저 살아남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인 우리는, 포식과 피식의 장면 앞에서 종종 마음이 저려온다. 그런 연약함과 연민 속에서 바라본 나무는, 어쩌면 우리가 닿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삶의 형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진화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고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때때로 나무를 가장 고요하고도 완성된 존재로 올려다보게 만든다.

그런 나무들이 지금 이곳저곳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베어지고, 불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산불은 오랜 시간을 견뎌온 숲을 한순간에 집어삼켰고, 부산의 어느 마을에서는 수백 년을 살아낸 나무가 끝내 검게 그을린 채 서 있었다. 나무는 끝내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자리에 남겨진 침묵은 오래도록 마음을 무겁게 한다.

오래전 한 건축가는 도시를 향해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는 씨앗이 되어, 유럽의 도시들 속에서 숲과 공원으로 자라났다. 도시와 자연이 서로를 밀어내는 대신, 하나의 풍경으로 스며드는 방식. 집이 공원 안에 놓이고, 길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그런 도시. 사람과 나무가 함께 숨 쉬는 공간에 대한 상상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도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나무 한 그루가 만드는 그늘과 공기, 그리고 마음의 여백을 우리는 여전히 더 필요로 한다. 학교의 운동장과 관공서의 담장, 건물의 옥상과 벽면까지도 초록으로 물들일 수 있다면, 도시는 조금 더 숨 쉴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버려진 땅이 숲이 되고, 소음으로 가득하던 길 위에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 도시는 비로소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이미 그런 장면을 몇 번이고 목격해왔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더 많이 심어야 한다.

오늘은 식목일이다. 그러나 이 날의 이름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계절은 가장 많은 나무가 불타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심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면, 봄은 더 이상 봄일 수 없다.

눈이 시리도록 화사한 꽃들이 거리를 채우는 계절,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그 낯선 풍경 속에서 문득 깨닫게 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다시 심어야 하는지.

나무를 심는 일은 단지 땅에 뿌리를 묻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조용한 다짐이다.

조연묵 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