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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한다며 세입자 내보낸 집주인… 명도소송 가르는 '진정성'

-갱신 거절하고 집 비우라는 집주인, 세입자와 갈등 잦아 -실거주 목적 입증 책임은 임대인에… 막연한 주장 안 통해 -"거절 뒤 다른 세입자 들이면 손해배상… 계획 자료 갖춰야"

(사진제공 =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사진제공 =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임대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고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를 두고 다툼이 잇따르고 있다.

세입자로서는 임대인이 정말 실거주할 것인지 의심스럽고, 임대인으로서는 자기 집에 들어가겠다는데 발목이 잡히는 셈이어서 양쪽 모두 불만이 쌓이기 쉽다. 임차인이 끝내 집을 비워 주지 않으면 분쟁은 명도소송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승패를 가르는 것은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이다. 전세 시세가 출렁일 때마다 같은 유형의 분쟁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4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다만 실거주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는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 쪽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므로, 막연히 들어가 살 계획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명도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임대인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으로 쓰기 위해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임차인은 "시세대로 새 세입자를 받으려는 핑계 아니냐"며 퇴거를 거부했고, A씨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소송에서 A씨는 자녀의 혼인 일정과 신혼집 마련 계획, 기존 거주지 처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했다.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가 갖춰져 있는지에 따라 같은 주장이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주택 임차인은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1회에 한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갱신되면 2년간 거주가 연장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임대인은 법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이를 거절할 수 있는데, 임대인 본인이나 직계존속·직계비속의 실거주가 대표적인 거절 사유다. 문제는 이 사유가 임대인의 내심에 관한 것이어서 다툼이 생기기 쉽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에 대한 증명 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고 정리했고(대법원 2021다266631 판결), 실거주 의사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주거 상황, 가족 관계, 거절 전후의 사정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갱신 거절과 무관하게 이미 갱신요구권을 한 차례 쓴 임대차라면 만기에 계약이 종료되므로, 사안이 어느 국면인지부터 확인할 필요도 있다.

허위 실거주에 대한 제재도 마련돼 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 기간에 해당하는 2년 안에 그 주택을 제3자에게 임대하면, 종전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배상액은 거절 당시 3개월분 차임, 새 임차인에게서 얻은 차임 이익, 임차인이 입은 실제 손해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세입자는 퇴거 후에도 전입세대 확인이나 확정일자 부여 현황 열람으로 그 집에 새 임차인이 들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으므로, 허위 실거주는 뒤늦게라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임대가 아니라 매도한 경우에는 배상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지만, 거절 경위에 따라 별도의 손해배상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실무 대응은 양쪽 모두 기록에서 출발한다. 실거주를 계획하는 임대인이라면 갱신 거절 통지 단계부터 이사 계획과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기존 주거지 처분이나 자녀 전학 준비 같은 정황 자료를 갖춰 두는 것이 좋다.

반대로 세입자는 임대인의 거절 통지와 그 사유를 문자·내용증명 등으로 남겨 두고, 퇴거 후 일정 기간 해당 주택의 임대 여부를 확인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실거주 사유의 진정성이 인정되면 임차인은 만기에 집을 비워야 하고, 버티는 경우 임대인은 명도소송과 인도 강제집행으로 대응하게 된다. 소송 중 점유가 넘어가는 사태에 대비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함께 검토하는 것도 일반적인 실무다.

엄 변호사는 "실거주 갱신 거절 분쟁은 결국 객관적 정황의 싸움"이라며 "임대인은 거절 통지 전에 실거주 계획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정리하고, 임차인은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다면 퇴거 전후의 기록을 확보해 두는 것이 소송에서든 협상에서든 유리한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글)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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