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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핑계로 새 임차인 거절한 건물주… 권리금반환소송 가능할까
-재건축 통보에 권리금 포기하고 나가는 상가 임차인들 -계약 당시 구체적 고지 등 엄격한 요건 갖춰야 보호 배제 -"막연한 재건축 계획은 정당한 사유 아냐… 통보 기록 남겨야"
상가 건물주가 재건축을 이유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면서,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점포를 비우는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이라는 말만 듣고 권리금 회수를 포기하는 임차인이 적지 않지만,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재건축 통보는 오히려 권리금 회수 방해로 평가돼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리금은 임차인이 수년간 일군 영업 가치의 대가인 만큼 분쟁 금액도 작지 않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9일 "철거나 재건축을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고 권리금 보호까지 배제하는 것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 시기와 소요 기간 등 구체적인 계획을 고지하고 실제로 그 계획을 따르는 경우 등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된다"며 "막연히 재건축을 할 예정이라는 통보만으로는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해 온 A씨의 사례가 그렇다. A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권리금을 받기로 하고 신규 임차인을 구해 임대인에게 주선했다.
그러나 임대인은 "내년에 건물을 재건축할 것"이라며 계약을 거절했고, A씨는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점포를 비웠다. 정작 계약 체결 당시 재건축 계획을 고지받은 적은 없었다.
점포를 비운 뒤에도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고, 임대인은 다른 업종의 새 임차인을 들여 영업을 계속하게 했다. A씨는 뒤늦게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임대인이 철거·재건축을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를 세 가지로 한정한다.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 시기와 소요 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을 따르는 경우, 건물이 노후·훼손돼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나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다.
같은 법 제10조의4 단서에 따라 이런 사유가 인정되면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도 배제될 수 있지만, 반대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재건축 통보는 갱신 거절 사유도, 권리금 보호를 배제할 정당한 사유도 되지 못한다.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들 때도 단순히 건물이 오래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실무에서는 안전진단 결과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는지를 따진다.
계약서에 재건축 고지 조항이 있더라도 공사 시기와 기간이 특정되지 않은 추상적 문구라면 요건을 갖춘 고지로 보기 어렵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절은 권리금 회수 방해가 된다.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 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한도로 한다. 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소송에서는 재건축 계획이 계약 당시 구체적으로 고지됐는지, 그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임차인을 내보낸 뒤 공사를 하지 않고 새 임차인을 들여 영업하게 한 정황은 방해행위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종료 당시의 권리금은 통상 법원 감정을 통해 정해지므로, 권리금 계약서와 매출 자료 등 기초 자료를 보존해 둘 필요도 있다.
임차인으로서는 재건축 통보를 받았더라도 곧바로 포기할 일이 아니다. 신규 임차인 주선 절차를 진행하면서 임대인의 거절 통보를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 등 기록으로 남기고, 계약서에 재건축 고지 조항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인 10년이 지난 임대차라도 권리금 회수 기회는 보호되므로, 오래된 임대차라는 이유로 미리 포기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실제 재건축을 계획하는 임대인이라면 계약 체결 단계에서 공사 시기와 기간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둬야 이후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재건축 사유는 요건이 엄격한 만큼 통보의 시점과 구체성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진다"며 "임차인은 거절 통보와 공사 진행 여부에 관한 기록을 확보해 두고, 임대차 종료 후 3년의 시효가 지나기 전에 손해배상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글)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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