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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굴레 6) “수십조원이 움직이는 공공 채무조정시장”
[시사매거진 = 주성진 기자] 개인채무 문제를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금융시장에 계속 남아 있다면 금융회사에도 부담이고 개인에게도 재기의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민간 금융시장과 별도로 채무조정이라는 안전망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출발기금이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 부담을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후 대상과 기능이 확대됐다.
2026년 6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 누적 채무조정 신청자는 20만6,152명, 신청 채무액은 32조5,479억원에 이른다. 채무조정 약정 체결자는 14만1,821명, 해당 채무원금은 12조8,816억원이었다.
이 숫자는 단순한 복지정책의 규모를 넘어선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부실 가능 채무가 공공 채무조정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공 채무조정의 역할은 금융회사의 손실을 무조건 보전하는 데 있지 않다. 채무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조정해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도덕적 해이’와 ‘재기의 기회’ 사이의 균형이다.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상환을 회피하는 경우와 사업 실패나 소득 감소로 실제 상환이 불가능해진 사람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채무조정은 금융회사에도 의미가 있다. 아무런 조정 없이 장기간 연체된 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계속 떨어질 수 있지만, 현실적인 상환계획을 세우면 일부라도 안정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공공 채무조정은 금융시장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NPL 시장과 연결된 하나의 금융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기연체자의 경우 민간 금융회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채무가 많다. 이들에게 채무조정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활동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다만 공공 채무조정이 확대될수록 정확한 대상 선정과 사후관리도 중요해진다. 채무조정 이후 다시 과도한 대출을 받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채무조정은 단순한 원금 감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금융교육, 신용회복, 취업과 재창업 지원까지 연결되는 종합적인 재기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국 공공 채무조정시장의 성과는 얼마를 탕감했느냐가 아니라 몇 명을 다시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려보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채무조정은 빚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금융정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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