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용우 정치本色] 민주당 당 대표 선출 결과의 정치적 의미와 전망
'김민석' 개인이 아닌 안정적인 집권여당 선택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단순히 ‘김민석 대 정청래의 승부’로만 보는 것은 이번 선거가 던진 정치적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 당원들이 집권여당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선거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특히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결과를 함께 보면 당원들의 복합적인 메시지가 읽힌다. 대표 선거에서는 김민석 후보를 선택해 안정과 통합에 무게를 실었지만,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정청래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다수 지도부에 진입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대표에게는 안정과 통합을, 최고위원들에게는 개혁성과 당원 중심성을 강하게 요구한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이기는 민주당’과 안정적인 집권여당에 대한 선택
김민석 대표의 당선은 무엇보다 ‘이기는 민주당’과 ‘안정적인 집권여당’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김 대표는 국정 운영 경험과 당정 협력 능력을 강조해왔다. 결국 당원들이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전당대회에서의 강한 구호보다는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면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집권여당의 역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은 야당과는 역할이 다르다.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서 민생과 경제, 국가의 주요 현안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민석 후보에 대한 선택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을 정청래 후보에 대한 ‘거부’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청래 후보 역시 46%에 가까운 당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는 정청래 후보가 상징하는 개혁성과 정치적 선명성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 역시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당원들은 안정론을 선택하면서도 개혁의 긴장감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최고위원 선거가 보여준 ‘견제와 개혁’의 당심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이러한 복합적인 당심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최민희 18.35%, 박선원 17.57%, 서미화 16.60%, 이성윤 16.35%, 한민수 15.86%의 득표율로 5명이 비교적 고르게 당선됐다. 이 가운데 최민희·이성윤·한민수 등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3명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박선원·서미화 등 친명계 인사 2명도 함께 지도부에 진입했다.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다. 대표 선거에서는 김민석을 선택했지만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에게 표를 나눠준 것이다. 나는 이것을 ‘대표에게는 통합과 안정, 최고위에는 견제와 개혁’이라는 당원들의 복합적인 주문으로 본다. 김민석 대표가 당의 중심을 잡되, 최고위원들은 당원들의 목소리와 개혁 요구를 강하게 전달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김민석 대표의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계파 중심으로 지도부를 운영하느냐가 아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다양한 당심을 얼마나 포용하고 조정하느냐가 핵심이다.
부울경의 선택은 왜 달랐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부울경의 결과다. 부울경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46.65%로 김민석 후보의 43.85%를 앞섰다. 전국적인 결과와는 다른 선택이었다. 이를 단순히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부울경 민주당원들의 정치적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변화와 개혁’에 더 민감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수도권이나 호남과 달리 민주당이 지역에서 늘 우세한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서 경쟁해온 만큼, 지역 당원들이 정부와 당 지도부에 보다 적극적인 개혁성과 정치적 선명성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울경의 결과는 민주당의 전국적인 당원 지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진정한 전국정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호남의 당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부울경을 비롯한 지역 당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민주당이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정치적 환경을 극복하고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 당원들이 왜 다른 선택을 하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민석 대표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통합’
앞으로 민주당의 정치 지형은 당분간 김민석 대표와 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 사이의 긴장과 협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는 김민석이지만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친정청래계가 3명이라는 점에서 대표에게 무조건적인 추종을 하는 지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한 목소리만 내는 정당’에서 다양한 당심을 조정하는 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민석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다른 목소리를 갈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건강한 내부 토론으로 만들어낸다면 오히려 지도부의 힘은 더 커질 수 있다. 강한 지도부란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지도부가 아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의 방향으로 조정하고, 그 결과를 당의 정책과 국정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지도부가 진정으로 강한 지도부다.
‘친명 대 친청’을 넘어설 수 있을까
결국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메시지는 ‘김민석이 이겼다’는 것이 아니다. 당원들은 민주당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개혁의 긴장감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김민석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54%를 위한 대표가 아니라, 정청래 후보를 지지한 46%까지 끌어안는 통합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민주당의 정치 지형도 변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정치 지형을 설명해온 ‘친명 대 친청’이라는 계파 구도에서 벗어나 국정 성과와 민생, 개혁을 중심으로 당내 경쟁의 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김민석 대표에게 안정적인 집권여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과 함께, 개혁과 변화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도 놓치지 말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겼다. 이 두 가지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앞으로 김민석 대표 리더십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가 민주당 내부의 또 다른 계파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다양한 당심을 하나로 묶어 집권여당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지는 김민석 대표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김민석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선택한 54%의 대표를 넘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46%까지 품는 통합의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전당대회가 민주당에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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