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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북극항로보다 기후위기가 먼저 아닐까

뭣이 중헌디? 개발 보다 미래세대의 생존이 우선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북극항로가 뜨겁다. 부산을 북극항로의 전진기지로 삼아 북극항로 개척에 우리나라가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이 지역의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부터 이를 강력히 주장한 신임 부산시장 또한 이에 호응하여 본격 추진하고 있으니 단순한 구호로 끝날 이야기는 아닐 듯하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북극의 바닷길은 열리고 있다. 북극의 변화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주요 국가들이 새로운 항로와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고, 우리도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자는 주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북극항로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하는 것 역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물어야 한다. 뭣이 중헌디? 북극을 이용할 기회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왜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 무엇이 닥쳐올 것인가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과 대응 없이 북극과 북극해를 새로운 경제공간으로 바라보고 선점 경쟁에만 몰두한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바닷길이 열린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자체가 지구온난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최근 NOAA의 「Arctic Report Card 2025」를 보면 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북극의 지표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2025년 3월 북극 해빙의 연중 최대 면적은 위성 관측 47년 역사상 가장 작았다. 2025년 여름이 끝날 무렵 해빙 면적은 2005년에 비해 28% 줄었고, 오래되고 두꺼운 다년생 해빙은 1980년대 이후 95% 이상 감소했다.

이것은 단순히 북극의 문제가 아니다. 북극은 지구의 기후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얼음과 눈이 줄어들면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지표가 감소해 더 많은 열이 흡수된다. 북극의 해빙 감소와 해양 온난화는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대기와 해류, 전 지구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NOAA 역시 북극의 급격한 변화가 북극권을 넘어 다른 지역의 사회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특히 북극의 변화는 이미 ‘뉴 노멀’을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이례적이었던 폭염과 폭우, 한파와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짧으니 운항시간과 연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경제성 논리가 앞선다. 물론 일정한 조건에서는 맞는 이야기다. 실제로 북극 해빙 감소로 항해 가능한 기간과 해상 접근성이 확대되고 있다. PAME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5년까지 북극 Polar Code 적용 해역에 진입한 선박의 수는 40% 증가했고, 총 항해거리는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얼음이 녹았으니 배를 더 많이 띄우자는 논리와, 얼음이 왜 녹았는지를 묻는 논리는 전혀 다른 문제다. 북극항로가 기존 항로보다 짧다는 사실만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항로가 열릴수록 선박 운항 증가에 따른 배출가스, 수중소음, 오염사고, 생태계 교란, 외래종 유입 등 새로운 환경 부담도 커질 수 있다. PAME 역시 북극의 해빙 감소와 인간 활동 증가가 생태계 변화와 결합해 새로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북극은 지금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PAME는 기후변화로 중앙 북극해의 여름철 해빙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역이 인간 활동에 점점 더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새로운 항로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북극 생태계가 감당해야 할 변화와 인간 활동의 압력이 동시에 커진다는 데 있다.

영구동토층의 해빙도 심각하다. 동토층이 녹으면 그동안 땅속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서 온난화를 다시 가속하는 이른바 되먹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NOAA 보고서가 특별히 주목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녹슨 강’, 즉 알래스카 일부 하천이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철과 각종 광물이 물로 유입되면서 주황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북극의 변화가 얼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토양과 하천, 생태계 전체를 바꾸고 있다는 증거다.

그린란드 빙상의 감소 역시 해수면 상승과 직결된다. NOAA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은 2025년에도 약 1290억 톤의 얼음을 잃었으며 장기적으로 질량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극을 새로운 경제영토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순서다.

북극항로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북극의 환경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선박 운항이 늘어날 경우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사고와 오염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북극 생태계와 원주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경제적 이익은 그 다음이어야 한다.

북극항로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한다면 오히려 부산이 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물류항만이 아니라 저탄소·친환경 북극항로의 전진기지를 지향해야 한다. 친환경 선박과 연료전환, 해양오염 방지, 북극 환경관측과 연구, 재난·구조체계,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되 북극을 더 망가뜨리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북극항로 전략이어야 한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 그것을 보고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만 환호할 것인가, 아니면 “왜 얼음이 녹고 있는가”를 먼저 물을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이다.

북극항로보다 기후위기가 먼저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 것을 경제적 기회로만 바라보지 말자. 그것은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항로를 선점하는 것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먼저다.

뭣이 중헌디? 돈이 먼저인가, 지구가 먼저인가. 그 답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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