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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 자동심장충격기(AED), 부산시는 잘 관리하고 있나
심정지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심정지 환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그 몇 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할 수 있느냐가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AED의 상태는 어떤가.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에 설치된 AED 상당수가 고장이나 배터리 방전, 패드 사용기한 경과 등으로 실제 응급상황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숫자가 몇 퍼센트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 한 대라도 ‘있다고 믿었는데 사용할 수 없는 AED’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부산에는 2025년 6월 기준 4,431대의 AED가 설치돼 있다. 의무시설 3,021대, 비의무시설 1,410대다. 부산시는 과거 행정시스템에 등록된 설치정보와 실제 현장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있어 현장 확인과 정보 정비를 추진하기도 했다.
문제는 ‘설치’와 ‘작동’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배터리가 방전돼 있거나 패드의 유효기간이 지났다면, 고장이 났거나 장비가 있는 곳이 잠겨 있다면 그 AED는 사실상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류상 점검을 했다는 것만으로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는 없다.
따라서 이제 부산의 AED 정책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AED를 몇 대 설치했는가’가 아니라 ‘몇 대가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해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영국은 국가 AED 네트워크를 통해 AED의 위치뿐 아니라 이용 가능 시간과 관리책임자 등을 관리하고 있다. 관리책임자에게 정기적인 점검을 안내하고 장비 상태를 관리한다. 학교 AED 역시 작동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배터리와 패드 등 소모품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이제는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고 문제가 생긴 뒤 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AED 자동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AED에 IoT 기반의 상태감지 장치를 연계하면 배터리 상태, 장비 이상 여부, 보관함 개폐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패드의 사용기한이나 정기점검 시기도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상이 감지되면 관리책임자뿐 아니라 부산시 담당 부서에도 즉시 알림을 보내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산시의 AED 관리 시스템과 시민용 지도·응급의료체계를 연계해 ‘현재 사용 가능한 AED’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안전망을 구축할 수도 있다. 시민이 응급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로 AED를 검색했을 때 단순히 ‘AED가 설치된 곳’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정상 작동 여부와 접근 가능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시민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첨단 시스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부산지역 전체 AED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전수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배터리와 패드의 유효기간, 작동상태, 보관상태, 안내표지, 접근 가능 여부, 관리책임자 지정 여부까지 확인하고 행정시스템의 정보와 실제 설치 위치가 일치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고장이나 소모품 교체가 필요한 장비는 즉시 ‘사용 불가’로 표시하고 대체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AED는 보여주기식 안전시설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족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생명안전 장비다. 수천 대를 설치해 놓고 정작 필요한 순간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산시는 이제 AED를 단순한 ‘응급장비’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도시 안전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그 관리 역시 과거의 수기점검과 사후관리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IoT,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예방적·자동화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장비라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상태인지 항상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이 전국에서 가장 앞선 ‘스마트 AED 안전도시’ 모델을 만드는 것, 그것이 시민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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