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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금·공급 한계 드러난 부동산 대책, '대학 지방 이전'으로 수요 분산해야

김병수 논설위원.(사진_김병수 칼럼니스트)
김병수 논설위원.(사진_김병수 칼럼니스트)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반복돼 온 세금 강화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도한 과세는 부동산 시장과 건설 경기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정책 역시 서울 진입 수요와 주택 보유 심리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수도권에 집을 더 늘리면 늘릴수록 서울 집값은 더 오른다"는 역설이 되풀이되는 배경이다.

문제의 본질은 수도권에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만 있지 않다. 일자리와 교육, 문화·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인구와 주택 수요가 지속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구조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수요 집중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주택만 계속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수도권 집값 안정은 물론, 주택 공실과 청년 인구 유출에 직면한 지방의 쇠퇴까지 막기 어렵다.

이제 부동산 정책의 질문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서울에 집을 얼마나 더 공급할 것인가'가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주거 수요를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할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수도권 대학의 지방 이전과 지역 대학 통합을 통한 인구·수요 분산 정책'이다.

서울 소재 대형 대학 한 곳에는 수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생활하며, 이들을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 교통, 서비스 수요가 광범위하게 형성된다. 수도권 대학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 이전을 전제로 지역 대학과 통합할 경우 학생과 교직원, 연구인력, 관련 산업 종사자의 생활 기반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대학 규모와 기숙사 비율, 통학 구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일정 부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아파트 몇 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정책과 성격이 다르다. 지방이전 대학교 부지를 활용하면 수만 가구의 택지 확보를 가능하게 하고,  녹지와 가용 부지를 계속 개발하지 않고도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수요 자체를 낮추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요 감소뿐 아니라 향후 수도권 주택을 확보해야 한다는 잠재적 수요와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학의 지방 이전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대학 구성원과 동문,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방적인 강제 이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대학이 스스로 이전이나 통합을 선택하도록 제도적 유인을 설계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핵심 수단은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의 재정 지원 체계다. 수도권 대학에 대한 기존 지원을 획일적으로 축소하기보다 지방 이전 또는 지방 이전을 전제로 지역 대학과 통합하는 대학에 연구시설 확충, 기숙사 건립, 교원 확보, 산학협력 인프라 조성 등을 위한 재정 인센티브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방 이전을 '희생'이 아닌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의 통합은 대학 생존 전략과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연결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 공공기관 이전 정책까지 대학 이전과 연계한다면 지역 정착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학생과 교직원, 연구자와 기업이 모이는 지역의 핵심 경제·산업 인프라다. 대학 이전은 청년 인구와 연구 인력, 소비와 창업 수요를 지방으로 이동시키고 지역 산업 생태계를 되살릴 기반이 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교육 수요와 연계된 주거 수요가 분산되면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방에서는 청년 인구 유입과 소비 확대, 기업·연구기관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의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결국 대학 이전은 교육정책을 넘어 주거·산업·인구 정책을 동시에 움직이는 균형발전 수단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수도권 잔류 대학에 대한 지원을 일률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단순 대립시키는 정책은 대학과 학생의 반발만 키울 수 있다. 지방 이전과 지역 대학 통합을 선택한 대학에 더 강한 재정·행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선택과 유도' 방식이 정책의 지속성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부동산 문제 역시 주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 일자리, 기업, 교통, 의료, 문화가 특정 지역에 몰리면 인구와 주택 수요도 따라 움직인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세금과 공급만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집값 불안과 지방 소멸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풀기 어렵다.

이제 세금과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한 기존 부동산 정책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지 않는 한 주택 수요의 편중과 지방 인구 감소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주택 공급의 문제로만 다루지 말고 교육·산업·인구 정책과 연계한 종합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의 지방 이전과 지역 대학 통합을 촉진하는 '대학 이전 연계 대책'을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부동산 수요 분산을 위한 중장기  정책 수단으로 본격 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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