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용우 시사칼럼] 원전 도시 부산의 지진 대응체계 문제없나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불안 해소와 신뢰성 제고
지난달 7월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부산의 지진 대응 시스템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이번 지진은 일본에서 발생했지만 우리 동네 부산과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니었다.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역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고, 부산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97건의 유감 신고가 접수됐다. 해운대의 일부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할 정도로 불안을 느꼈다. 특히 부산은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고리원전을 끼고 있는 도시다. 시민들이 지진 소식을 접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당연히 "원전은 안전한가"라는 걱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받은 답은 침묵이었다. 부산시도, 한국수력원자력도, 고리원전본부도 시민들에게 심지어 기장군의 지역주민들에게조차 원전 안전과 관련한 공식적인 안내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지진 발생 이후 안전 점검이 이뤄졌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어떤 대응 조치가 있었는지 시민들은 알 길이 없다.
안전은 결과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과정이 공개될 때 비로소 신뢰가 만들어진다. "문제가 없었다"는 한마디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확인했고, 무엇을 점검했으며, 어떤 절차를 거쳤는가"를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원전과 같은 국가 핵심시설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관계기관이 "주민들이 불안해할까 봐 안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면 이는 재난 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의 불안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의 부재가 더 큰 불신과 불안을 만든다. 재난 상황에서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시민을 대신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이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부산은 이미 지진의 위험성을 경험한 도시다. 2016년 경주지진과 울산 해역 지진은 부산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후 고리원전 주변 활성단층 문제와 노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진 대응 과정에서 과거의 교훈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전 안전은 법적 기준의 충족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민이 체감하는 위험과 불안까지 고려하는 적극적인 안전 행정이 필요하다. "규정상 보고 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만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고리원전의 안전성을 단순히 확인하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지진 대응 시스템과 시민 소통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부산시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진 대응 매뉴얼은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시민 안전정보 전달 체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원전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괜찮다"는 홍보가 아니라 "믿을 수 있다"는 신뢰다.
시민이 흔들림을 느낀 순간, 행정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안전 확인은 내부 절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공유될 때 완성된다. 그래서 이번 구마모토 지진이 부산의 원전 안전체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부산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지진 대응체계와 안전정보 공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안전은 침묵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투명한 소통과 책임 있는 대응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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