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초읽기...與野 정면충돌, '검찰개혁 마지막 퍼즐' vs '검찰 악마화'
민주, 30일 형소법 처리 강행 방침...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총력 대응 검찰 보완수사 폐지 놓고 입법 전면전...새 형사사법체계 안착 최대 분수령
[시사매거진 장석 기자]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자마자 여야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싸고 다시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사실상 종식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번 주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비롯한 모든 의사일정 저지 수단을 예고했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형사소송법 개정 여부를 넘어 검찰개혁의 완결과 형사사법 체계의 재설계를 둘러싼 정치적 승부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후반기 국민의힘 몫 간사 선임과 소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바 있다.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다. 대신 경찰 등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피해자 보호 체계를 보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 지도부는 법안 보완 절차를 거쳐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형사사법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없애는 개악"이라며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판하면 검찰 기득권을 지킨다는 낙인을 찍고 있다"며 "검찰 악마화를 통한 정치적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30일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보완수사권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행사해온 구조 자체가 권력 집중의 원인이라고 본다. 검사가 기소 여부만 판단하도록 역할을 제한해야 형사사법 체계가 정상화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현실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경찰 수사의 오류를 검찰이 바로잡아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보완수사권 폐지가 오히려 국민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여야 모두 사회적 약자 사건의 중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아동학대, 성범죄, 가정폭력, 스토킹 등 일부 범죄에서는 수사 공백 우려가 제기됐고 지도부는 중대범죄수사청 내 전담 기능을 신설하는 보완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이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유지하되 피해자 보호 장치는 별도로 구축하겠다는 절충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대치는 단순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으로만 보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검찰 권한 축소 논쟁이 이재명 정부 들어 사실상 종착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역사적으로 종료하는 상징적 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경찰 권한 확대에 비해 견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이번 입법은 '검찰 권한 축소'가 아니라 국가 수사권의 배분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편 입법을 둘러싼 긴장감은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사의설이 제기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관련 질문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보여온 검찰 지휘부의 향후 거취도 주목하고 있다.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조직 개편과 후속 시행령 정비, 사건 이관 등 대규모 제도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지휘부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제도 안착 과정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질은 검찰 권한 축소 자체에만 있지 않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성을 통해 형사사법 체계의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경찰 권한 비대화와 피해자 보호 공백을 고리로 제도적 균형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의 의석 구조를 고려하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입법의 성공이 곧 제도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검찰이 맡아온 보완수사의 공백을 어떤 기관이, 어떤 절차로 메울 것인지, 경찰 권한 확대에 상응하는 견제 장치와 피해자 보호 체계가 실제로 작동할 것인지가 향후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좌우하게 된다. 이번 국회의 선택은 검찰 권한을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국가 수사권의 축을 다시 짜는 결정이다. 법안 통과보다 이후의 운영 능력이 검찰개혁의 성패를 최종 판가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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