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오세훈 서울시장, 글로벌 시장단과 'AI 도시' 협력 논의…스마트도시 공조 확대

[조용우 환경칼럼] 낙동강하구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조용우 부산시의원, 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조용우 부산시의원, 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오는 7월 세계유산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와 정부 대표들이 인류가 함께 보전해야 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가치를 논의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 것이다. 세계유산총회를 개최하는 도시는 단순히 회의 장소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품고 있는 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보전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부산의 현실정은 다소 아쉽다. 부산시는 피난수도 관련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자연유산인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하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습지이자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이다.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불렸으며, 지금도 수많은 겨울철새와 이동성 조류가 찾는 국제적 생태축이다. 특히 부산은 수천 마리의 큰고니를 비롯한 백조류가 월동하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대도시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고, 갯벌과 모래섬, 갈대습지가 어우러진 낙동강하구는 수많은 생명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생태계이다.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에 습지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갯벌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블루카본의 보고이며, 홍수와 해일을 완충하는 자연 방파제이다. 또한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낙동강하구를 보전하는 일은 철새만 보호하는 일이 아니라 부산 시민의 안전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낙동강하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다. 인간의 생존 역시 다른 생명과의 공존 위에서만 가능하다. 철새는 국경을 모르고, 강은 행정구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하나의 갯벌이 사라지는 일은 한 지역의 손실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체의 연결망이 약해지는 일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는 가장 약한 생명부터 보호하는 사회이며, 자연을 보전하는 일은 결국 인간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그동안 낙동강하구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훼손을 겪어 왔다. 도로와 산업시설, 각종 개발사업은 습지와 갯벌을 축소시키고 생태계를 단절시켰다.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의 한계를 넘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보다 자연과 공존하는 정책이 경쟁력이 된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단순한 명예가 아니다. 인류가 공동으로 보전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것이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자연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이다. 부산이 세계유산총회를 개최하면서도 정작 가장 소중한 자연유산에 대한 세계자연유산 등재 의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아쉬운 일이다.

새롭게 출범한 전재수 부산시장은 과거의 난개발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개발 중심의 도시정책에서 생태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해야 할 때이다. 낙동강하구 핵심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부산의 환경정책을 넘어 도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부산의 경쟁력은 더 높은 건물이나 더 넓은 도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가 인정하는 건강한 자연과 그 자연을 지키려는 시민의 의지가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 세계유산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지금이야말로 낙동강하구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이다.

낙동강하구는 부산만의 자산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연유산이며,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생명의 터전이다. 부산은 이제 그 가치를 선언해야 한다. 세계유산총회를 개최하는 도시다운 책임 있는 선택이 바로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이라고 생각한다.

조연묵 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