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오세훈 서울시장, 글로벌 시장단과 'AI 도시' 협력 논의…스마트도시 공조 확대

[조용우 환경칼럼] 반복되는 노후원전 사고, '안전하다'는 말 믿을 수 있나

조용우 부산광역시의원/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조용우 부산시의원/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또 다시 월성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월 1일 계획예방정비 중이던 월성 4호기에서 중수가 누출됐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회수된 중수가 약 208kg이며 외부 환경으로의 누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이 들어야 할 것은 "밖으로 새지 않았다"는 해명이 아니라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답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월성 2호기에서 발생한 중수 누출 사고와 같은 중수 정화계통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는 약 29톤, 9월에는 약 1.3톤의 중수가 누출됐고, 이번이 세 번째다. 같은 계통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노후 설비가 보내는 분명한 위험 신호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여전히 "관리 가능한 사고"라는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려 한다. 원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바로 안전에 대한 익숙함이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경각심은 무뎌지고, 안전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홍보의 대상이 된다.

월성 2·3·4호기는 이미 배관 지지대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사실이 확인돼 가동이 중단돼 있다. 설계와 시공이 달랐다는 것은 단순한 시공상의 실수가 아니다. 원전 안전을 떠받치는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명연장 절차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된 사고 통계는 더욱 분명하다. 월성 2·3·4호기에서는 모두 16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호기당 평균 5.3건이다. 반면 신월성 1·2호기는 모두 4건, 평균 2건이다. 노후 원전의 사고 위험은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원전은 다른 발전소와 다르다. 한 번의 중대한 사고는 발전소 담장을 넘는 순간 사회 전체의 재난이 된다. 토양과 바다는 오염되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으며,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다. 원전 사고는 단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위험은 지역 주민이 감당하지만, 수명연장의 결정은 정부와 사업자가 내린다. 사고의 피해를 감당할 사람들의 동의 없이 위험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정책인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의 원전 정책이 사고를 경고가 아니라 비용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 원전을 조금 더 가동하면 발전단가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사고 가능성과 방사능 위험, 폐기물 관리 비용, 지역사회가 떠안는 불안은 그 계산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값싼 전기의 혜택은 사회 전체가 누리지만, 위험은 특정 지역 주민에게 집중된다. 이것은 결코 공정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

일각에선 기후위기를 이유로 노후 원전을 계속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나 기후위기 대응이 위험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투자, 에너지 효율 향상은 외면한 채 노후 원전에만 기대는 것은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의 후퇴다.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라, 안전을 증명하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에너지 정책의 가장 앞자리에 세워야 한다.

조연묵 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