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용우 시사칼럼] 에너지 절약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에어컨 온도까지 공산주의라는 정치
기록적인 폭염이 미국 동북부를 덮쳤다. 냉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망은 한계에 다다랐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 차질까지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시민들에게 에어컨 설정 온도를 섭씨 25.6도로 맞추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과 전자기기의 전원을 꺼 달라고 요청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위기 대응이었다. 그러나 미국 보수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에어컨을 빼앗으려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정말 묻고 싶다. 폭염과 전력난 앞에서 시민들에게 에너지를 조금 아껴 쓰자고 말하는 것이 공산주의인가.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절약은 개인의 미덕을 넘어 사회적 책임이다. 전력 소비를 줄이면 전력망의 부담이 완화되고, 화석연료 발전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한다. 기후위기를 늦추는 가장 쉽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더구나 맘다니의 발언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호소한 권고였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와 지방정부는 가뭄 때 절수 운동을 벌이고, 산불 위험이 높으면 입산 자제를 요청하며, 감염병이 유행하면 개인위생을 권고한다. 어느 누구도 이를 공산주의라고 부르지 않는다.
유독 기후위기와 에너지 절약만 '자유 침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기후위기를 정치적·이념적 전쟁으로 몰아가려는 보수 정치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적 사실보다 이념적 적대감을 자극하는 것이 더 큰 정치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민의 협조 요청은 '국가 통제'로 둔갑하고, 탄소 감축은 '사회주의'로 왜곡된다.
하지만 아무리 색깔론을 외쳐도 기후위기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폭염은 이념을 구분하지 않고, 이상기후는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정치가 얻는 것은 잠시의 정치적 이익일지 몰라도,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훨씬 크다.
오늘날 진정한 자유는 에너지를 마음껏 낭비할 자유가 아니다.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자유, 다음 세대가 안정된 환경에서 살아갈 자유를 지키는 것이다. 그 자유를 위해서는 공동체의 책임과 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민주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정치, 모든 기후 대응을 이념 공세로 몰아가는 정치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색깔론이 아니라 과학이고, 정쟁이 아니라 책임이며, 선동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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