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오세훈 서울시장, 글로벌 시장단과 'AI 도시' 협력 논의…스마트도시 공조 확대

[조용우 환경칼럼] 반도체 산업, '원전 마케팅'의 도구 아니다

조용우 부산시의원 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조용우 부산시의원 전,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최근 삼성 측 관계자가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조성하려면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환경부 장관 또한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 2기, 울산 새울원전에 2기 등 총 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부지가 있다며 조속한 검토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마치 호남에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필수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도, 우리나라 전력공급 체계와도 맞지 않는 주장이다. 삼성은 지금까지 기흥, 화성, 평택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 현재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때는 해당 지역에 원전을 먼저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없었는가. 같은 논리라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용인에 신규 원전을 건설한 이후에야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전력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구조가 아니다. 전국이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전력계통과 충분한 발전설비, 그리고 송전 인프라이다.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고려해 국가 전력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호남에는 신규 원전이 있어야만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고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발언이 원전 확대를 위한 마케팅 논리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산업이다. 이를 특정 에너지원 확대를 위한 홍보 논리로 활용하는 것은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 모두를 왜곡할 위험이 크다.

국가 에너지정책은 특정 기업의 발언이나 특정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객관적인 전력수급 전망과 경제성, 안전성, 탄소중립, 국가균형발전 등 종합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원전의 위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시스템과 우수한 인재, 첨단기술, 그리고 국가의 전략적 투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여론이나 이해관계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한 에너지정책과 균형 있는 산업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을 원전 마케팅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정책이 단순한 구호와 프레임에 의해 흔들려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전을 앞세운 마케팅이 아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첨단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과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조연묵 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