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울시발레단, 대나무 숲에 새긴 한국의 선(線)… 몸으로 흐르다
강효형 안무·박다울 음악의 만남,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이 빚은 무대 2026 제16회 대한민국발레축제(5/1-6/21)
서울시발레단이 지난 14일 프레스콜을 통해 공개한 <In the Bamboo Forest>는 2024년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에 이은 두 번째 전막 창작 신작이다. 한국적 미학과 동시대적 감각을 결합한 K-컨템퍼러리 발레 콘텐츠라는 기획 의도는 무대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작품은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유지하는 대나무의 특성에서 출발한다. 강인함과 유연함, 비움과 생명력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들은 무용수들의 움직임 속에서 끊임없이 교차한다. 단단하게 중심을 세우다가도 순간적으로 흐르듯 방향을 전환하며, 군무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숲처럼 집단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움직임은 때로는 절제되어 있고 때로는 폭발적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적 호흡과 선의 감각이 일관되게 흐른다.
특히 안무가 강효형이 구축한 움직임 언어는 전통적인 발레의 어법 위에 한국적 정서를 덧입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의 흐름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발레 특유의 수직성과 확장된 라인이 중심을 이루면서도 한국 춤이 지닌 여백과 호흡의 미학이 그 사이를 채운다. 단순한 동양적 장식이나 이미지 차용이 아니라 움직임 내부에 한국적 감각이 스며들게 하려는 고민이 읽힌다.
박다울의 음악 또한 작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국악의 정서 위에 전자 사운드와 밴드적 감각이 더해진 음악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간다. 전통의 음색이 현대적 리듬과 만나는 과정은 작품의 시각적 이미지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음악은 움직임을 이끌고 때로는 긴장을 조율하며 작품 전체의 호흡을 형성한다.
이번 작품이 더욱 의미를 갖는 이유는 강효형 안무가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국립발레단에서 <허난설헌-수월경화>, <호이 랑> 등을 선보이며 한국적 소재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타 단체와 전막 작업에 나섰다. 서울시발레단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만나면서 그의 안무 세계 역시 또 다른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K-컨템퍼러리 발레라는 이름이 아직은 하나의 방향성에 가깝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다. 다만 <In the Bamboo Forest>는 그것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먼저 감각하게 만든다. 대나무 숲을 보여주기보다 그 안을 걷는 감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적 소재의 재현을 넘어선다.
서울시발레단이 이제 막 두 번째 전막 창작 작품을 내놓은 단계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번 작품은 완성보다 가능성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가능성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첫인상이 된다. 그리고 <In the Bamboo Forest>는 서울시발레단이 앞으로 어떤 숲을 만들어갈지 기대하게 하는 무대였다.
공연은 17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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