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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수학여행은 왜 ‘추억’에서 ‘정책 문제’가 되었나

김길수 발행인
김길수 발행인

수학여행은 오랫동안 학교 교육에서 가장 상징적인 경험으로 여겨져 왔다. 교실을 벗어나 또래와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쌓고,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시간은 시험이나 성적으로 환원될 수 없는 교육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수학여행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당연한 학교 활동’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지금의 수학여행은 더 이상 ‘추억’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비용과 안전, 그리고 책임을 둘러싼 문제가 얽히며 하나의 정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고액 수학여행 논란과 일부 학교의 일정 취소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핵심은 단순히 비용이 비싸졌다는 데 있지 않다. 같은 공교육 체계 안에서도 학교에 따라 수학여행 비용과 내용이 크게 달라지며 교육 경험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일정과 국내 일정, 지자체 지원 여부 등에 따라 학생들이 경험하는 내용은 크게 달라지고, 이는 결국 교육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수학여행이 더 이상 ‘모두에게 같은 경험’이 아닌 현실은 공교육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안전 문제는 또 다른 변수를 더한다. 안전 기준 강화는 불가피하고 필요한 변화였지만, 그 과정에서 비용과 책임이 어떻게 분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안전 확보에 따른 비용은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구조는 분명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비용 부담은 커지고, 교사들은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로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며, 학교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숙박형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교내 활동으로 대체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안전을 강화했지만, 그 대가로 교육 기회 자체가 위축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 당국은 수학여행의 교육적 가치를 강조하며 지원 확대와 안전 인력 보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예산 부족이 아니라 ‘책임 구조’와 ‘운영 방식’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분적인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구조의 재설계다. 수학여행을 학교 단위 자율에 맡겨두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안전 관리와 책임을 제도적으로 분산하고 일정 수준의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학교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재정 지원 체계도 함께 정비될 필요가 있다.

수학여행 논쟁은 단순한 행사 운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교육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그리고 교육 기회의 평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존폐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어떤 구조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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