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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신청도 하지 않았던 기본소득, 이제 와서 누구를 위한 ‘기원’인가

군민들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박범인 전) 군수
박범인 전) 군수

2025년 가을, 전국 농촌 인구소멸지역 기본소득 시범사업 신청 결과가 발표되던 날을 기억하는 군민들이 많다.
“전 군민 대상 매월 15만 원 지급”,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지급 추진”이라는 소식은 인구 감소와 지역 침체로 지쳐가던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오랜만에 들려온 희망이었다.

타 지자체들은 기대감으로 술렁였지만, 금산군은 달랐다.
환호 대신 침묵이 흘렀고, 곧이어 탄식이 이어졌다.
금산군의 이름이 사업 신청 명단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었다.
금산군은 탈락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농촌에서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원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역에 남아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당신들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는 있다.
특히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생계를 버티는 군민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다.

논란이 커지자 금산군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로 ‘충남도비 30% 지원 확약서 부재’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충남도가 실제로 도비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군의 해명은 급격히 설득력을 잃었다.
결국 군민들 사이에서는 “핑계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군은 전 군민을 위한 기본소득 사업에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선을 그으면서도, 중부대학교 학생 주소 이전 사업에는 군비 100%를 투입해 최대 560만 원까지 지원했다.
물론 청년 유입 정책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군민들은 묻는다.
왜 군민 전체를 위한 정책에는 돈이 없고, 보여주기 성과 사업에는 과감한 예산이 가능했느냐고.

박법인 전) 군수
박법인 전) 군수

지역 행사와 축제, 해외 일정 등을 둘러싼 논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군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행정은 현실보다 홍보와 이미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행정보다 골프에 더 진심”이라는 냉소적인 말까지 나오는 이유도 결국 행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박범인 전) 군수는 다시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선정을 촉구하며 충남도와 국회, 농식품부에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지원금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군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정작 첫 기회가 있었을 때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사업을, 이제 와서 “선정을 기원한다”고 말하는 모습은 군민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군민들은 단지 정책 실패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책임 없는 태도와 뒤늦은 정치적 행보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실수할 수 있다.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태도다.

만약 당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박 전) 군수가 군민들 앞에서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당시 판단에 부족함이 있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면, 지금처럼 깊은 실망과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군민들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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