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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왕릉과 돌사자

조용우 포토에세이

흥덕왕릉과 돌사자(사진_조용우)
흥덕왕릉과 돌사자(사진_조용우)

서라벌의 바람이 천천히 들판을 스칠 때,
경주의 왕릉은 풀빛 속에 잠긴 하나의 시간으로 서 있다.

둥근 봉분은 마치 천 년의 기억을 품은 숨결 같고,
그 앞에 앉은 돌사자는 세월을 건너온 침묵의 수호자처럼
고요히 왕의 영면을 지킨다.

거칠게 다듬어진 돌의 표면 너머로 뜻밖의 해학이 비친다.
근엄한 표정 속에 감춘 숨은 익살, 차가운 돌 속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돌에 숨을 불어넣은 신라 석공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비와 바람에 닳은 몸에는 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스며 있지만, 그 눈빛만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망치와 정으로 새겨 넣은 것은 돌의 형상이 아니라 생명의 온기마저 느껴지는 석공의 장인 정신.

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왕릉 옆에 앉아 미소 짓는 돌사자.
위엄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그 얼굴은 역사를 품은 언어이며, 사라진 왕조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신라의 숨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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