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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종의 행복이야기] "할머니들이 만드는 집밥 같은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 영화 '논나'

이홍종 국립부경대 국제지역학부 명예교수.(사진_이홍종 명예교수)
이홍종 국립부경대 국제지역학부 명예교수.(사진_이홍종 명예교수)

<논나 Nonnas>(2025)는 코미디 드라마 영화이다. "논나(nonna)"는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라는 뜻이다.

시대 배경은 198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실제 운영 중인 이탈리아 할머니셰프들의 레스토랑 ‘에노테카 마리아(Enoteca Maria)’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감독은 스티븐 셔보스키(Steven Schachter)이며, 주연으로 빈스 본(Vince Vaughn), 수전 서랜던(Susan Sarandon), 로레인 브라코(Lorraine Bracco), 탈리아 샤이어(Talia Shire) 등이 참여한다.

주인공 조 스캐러벨라(Vince Vaughn 분)는 뉴욕에 사는 중년 남성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할머니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파티가 열렸던 기억은 그에게 소중한 추억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조는 깊은 상실감과 허전함 속에 살아가는데 어느 날, 조는 우연히 낡은 이탈리안 식당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그 식당을 인수해 버린다. 그의 마음속엔 하나의 목표가 있다.

“진짜 이탈리아 할머니들이 만드는 집밥 같은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

조는 어머니의 친구였던 로버타(Roberta, Lorraine Bracco 분) 등 이탈리아 출신 할머니들을 셰프로 영입한다. 이들은 각자의 인생 사연, 고집, 요리 비법을 지닌 캐릭터들이다.

조는 식당의 운영 경험도, 자본도, 확실한 계획도 없는 상태지만, 할머니들의 손맛과 자신만의 열정으로 레스토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 쉽지 않다. 손님이 거의 없고, 운영비는 늘어가고, 직원 관리 등에서 위기가 발생한다.

할머니들 간의 충돌, 조와 직원들 사이의 갈등, 외부 압력 등이 등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할머니들이 자기 레시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타인의 간섭을 거부하거나, 조의 비전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이 오기도 한다.

조는 결국 레스토랑을 포기할 위기에 몰리고, 남은 재료들로 마지막 ‘파티’를 준비한다. 이 파티에서 손님들을 초대하여 그간 준비한 음식들을 선보이며, 진심을 보여 주려고 한다. 이 장면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다. 긴장감과 감동을 유도한다.

영화는 극적인 ‘대단한 성공’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과 미묘한 화해, 그리고 조 자신이 마음속 상처와 추억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며 마무리된다. 구체적 결말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생략한다.

"음식 = 기억 + 행복"

영화 <논나> 전반에 걸쳐 "음식 = 기억 + 행복"이라는 메시지가 여러 번 반복된다.

아래는 기억에 남는 장면/대사 예시들이다.

조가 친구에게 자신의 식당 구상을 말하자 친구가 던지는 한마디:
"그냥 새 가구를 사거나 여자 친구를 만들어. 황당한 꿈꾸지 말고.”"이 대사는 조가 겉으로 보기엔 무모한 도전을 하는 듯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내면엔 깊은 상처와 열망이 있음을 암시한다.

조가 "진짜 '논나'들이 만드는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내놓고 싶어"라고 말하는 구절도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논나들이 자기만의 방식과 고집으로 부엌 안에서 충돌할 때의 티격태격 대화들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 할머니들이 서로 레시피를 두고 "그건 내 방식이야!" "내 고향 맛이 이래!" 같은 대사들이 오간다.

조가 어머니와 할머니 음식을 기억하려 애쓰는 장면, 레시피를 맞추려 재료를 하나하나 고민하는 장면 등에서는 대체로 대사를 통한 감정보다는 분위기·표정으로 말하는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는 노년, 가족, 상실, 음식이라는 주제를 묵직하지 않게 풀어낸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그립고 잊히지 않는 맛'이라는 추억을 잘 보여준다.

캐릭터의 진솔함 덕분에, 할머니셰프들의 삶, 고집, 상처 등이 단순한 조연 역할이 아니라 저마다의 존재감을 잘 보여 준다. 유약함이나 약점도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훨씬 더 쉽다.

현실성과 낭만의 적절한 조화

실제 존재하는 레스토랑 이야기라는 점이 영화의 무게를 더한다. 영화가 끝나면서 "그 후 15년 동안 '에노테카 마리아'는 (지금은 전세계출신)'할머니들이 만드는 집밥'을 제공하고 있다"는 자막이 나온다.

<논나>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갈등이나 눈물 강요 없이, 담백하게 감동을 건네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영화를 한줄로 요약하면 "돌아가신 어머니와 할머니의 맛과 기억을 되살리려는 한 남자의 도전, 그리고 다채로운 '논나'들의 손맛이 엮어내는 인간과 음식의 온기."

뉴욕에서의 이태리인들의 삶을 그린 영화로 <그린 북 Green Book>(2019)도 추천한다.

<논나>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가족"

한국인들도 이태리인들처럼 "가족적"이지만, 이태리인들이 한국인들 보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동업을 더 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을 아주 좋아하는 필자는 <논나>를 보고, (아직도 공짜?) 페리를 타고 스태튼 아일랜드를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뉴욕을 10번 이상 갔지만, 맨하탄, 브루클린, 브롱스에만 갔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조금 배타적이라고 하는데, 스태튼 아일랜드의 분위기는 어떤지 느껴 보고 싶다.

<논나>는 꿈을 가지고 도전하려는 데 좌절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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