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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낀 집 팔렸다면 보증금은 누가 주나… 전세금반환소송 상대는
-계약 중 집주인 바뀌어 보증금 반환 다툼 잇따라 -대항력 갖춘 임차인이면 새 집주인이 반환 의무 승계 -"승계 원치 않으면 이의 제기해 종전 집주인에 청구 가능"
전세 계약 기간 중에 집이 팔려 집주인이 바뀌는 일은 드물지 않다. 문제는 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할 때 생긴다. 종전 집주인은 "집을 팔았으니 새 주인에게 받으라"고 하고, 새 집주인은 "나는 보증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버티면, 임차인은 누구를 상대로 전세금반환소송을 내야 할지부터 막막해진다.
소송 상대를 잘못 정하면 시간과 비용만 잃을 수 있어 첫 단추가 중요하다. 임차인으로서는 집이 팔린 사실을 통지받지 못해 등기부를 떼어 보고서야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6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며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다면 보증금 반환 의무는 집을 산 새 임대인에게 그대로 넘어가고, 이 경우 종전 임대인은 반환 의무를 벗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빌라에 전세로 살던 A씨의 사례가 그렇다. A씨는 입주하면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까지 받아 뒀다. 계약 기간 중 집이 매매됐고, 만기가 되자 A씨는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새 집주인은 매매대금에서 보증금을 공제하고 집을 샀으면서도 "전 주인과 해결하라"며 반환을 미뤘다. 매매 과정에서 A씨는 아무런 통지도 받지 못했고, 등기부를 확인하고서야 소유자가 바뀐 사실을 알았다. 이런 사안에서 A씨의 소송 상대는 종전 집주인이 아니라 새 집주인이다.
임대인 지위 승계의 전제는 임차인의 대항력이다. 대항력은 주택의 점유와 주민등록(전입신고) 두 요건을 갖추면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집이 팔리더라도 새 소유자에게 임차인의 지위를 주장할 수 있고, 보증금 반환 의무도 새 소유자가 승계한다. 반대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이미 다른 곳으로 전출해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은 승계를 주장할 수 없어, 종전 임대인을 상대로 청구해야 한다. 계약 만기 전까지 점유와 전입을 함부로 옮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임대인 지위 승계는 법률에 따라 당연히 이뤄지는 것이어서 임차인의 동의나 새 계약서 작성이 필요하지 않고, 기존 계약 조건도 그대로 유지된다. 새 집주인이 차임 인상이나 특약 변경을 요구하더라도 기존 계약 내용이 우선하므로 응할 의무가 없다. 다만 분쟁 예방 차원에서 보증금 액수와 계약 조건을 새 소유자와 서면으로 확인해 두면 이후 소송에서 다툼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새 집주인의 자력이 의심되는 경우를 위한 판례 법리도 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지위의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집이 양도된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승계를 부정하고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넘기는 이른바 갭투자성 매매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는 장치다. 이의 제기는 내용증명 등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소송 상대가 정해지면 이후 절차는 일반적인 전세금반환 분쟁과 같다. 만기 2개월 전까지 내용증명으로 계약 해지·갱신 거절 의사를 통보해 묵시적 갱신을 막고, 만기 후에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마친 뒤 소송을 제기한다.
승소하면 보증금 원금과 함께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고, 판결 후에도 지급하지 않으면 새 임대인 소유가 된 그 주택에 대한 경매 등 강제집행으로 회수를 시도할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아 둔 임차인이라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배당 절차에서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해 뒀다면 보증기관에 보증 이행을 청구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집이 팔렸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소송 상대를 정하는 문제는 대항력 유지 여부와 이의 제기 시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며 "매매 사실을 알게 되면 등기사항증명서로 새 소유자를 확인하고, 승계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빨리 판단해 내용증명으로 의사를 남겨 둔 뒤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글)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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