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 100大 법조인 인터뷰] 전자거래부터 생성형 AI까지…김재철 변호사가 본 법률시장의 미래
“AI가 바꾸는 법률시장, AI 시대에도 결국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
[시사매거진 조형근 기자] 전자상거래와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가운데, 법률시장 역시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계약서 작성부터 법률 검토, 문서 생성까지 인공지능(AI)이 수행하는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년 넘게 전자거래·IT 법률 분야를 연구하고 실무를 수행해 온 김재철 변호사는 “AI는 법률가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책임과 판단까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자서명·전자문서 법제를 연구해 온 그는 국내 전자거래 분쟁 해결과 국제 ODR(온라인 분쟁해결) 논의 현장을 모두 경험한 대표적인 IT 법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의 법적 공백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분쟁 문제, 그리고 AI 시대 법률가의 역할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견해를 밝혔다.
23년간 축적된 전문성…IT·전자거래 분야 강점
법무법인(유한) 백상은 서울을 기반으로 23년간 운영돼 온 중견 로펌이다. AI·소프트웨어(SW)·IT 분야를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임대차, 이혼·상속 등 가사소송, 교통사고 손해배상까지 폭넓은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재철 대표변호사는 “각 분야 전문 변호사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송무와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공증업무와 파산관재인 업무까지 함께 수행하는 점 역시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오랜 기간 IT·전자거래 분야에 집중해 온 법률전문가다. 전자서명 및 전자문서 관련 논문으로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약 22년간 각종 전자거래 소송과 IT 법률분쟁을 담당해 왔다.
김 변호사는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은 오늘날 디지털 거래 환경의 기초가 되는 핵심 요소”라며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은 결국 전자문서와 전자인증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사기부터 해외 쇼핑몰 피해까지…전자거래 분쟁 급증
김 변호사는 오랜 기간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온라인 거래 분쟁을 직접 조정해 왔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로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와 과장광고, 배송·반품 관련 분쟁 등을 꼽았다.
그는 “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같은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에서 사기 피해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입금 이후 연락이 끊기거나, 고가 제품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상품을 보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쇼핑몰 거래에서는 표시된 상품과 전혀 다른 제품이 배송되거나 신용카드 도용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국내 소비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상대 업체가 해외에 있는 경우 현실적으로 권리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여전히 사법적 공백 존재
김 변호사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 고 있음에도 국제적 분쟁 해결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자상거래는 대부분 소액·대량 거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소송 절차로 해결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며 “특히 국가 간 거래는 어느 나라 법원을 관할로 할 것인지, 판결 이후 강제집행 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N 산하 UNCITRAL(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은 2010년부터 온라인 분쟁 해결(ODR) 절차 규칙 제정에 다년간 노력했고, 그 결과 2016년 UNCITRAL 본회의에서 ‘협상·조정’을 통한 신속한 온라인 분쟁 해결 기술지침이 마련됐다. 김 변호사 역시 한국 대표 자격으로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워킹그룹 회의에 참석해 관련 논의에 참여했고, 한일 IT법률가 라운드테이블에도 한국 대표로 수년간 참여해 왔다.
그는 “UNCITRAL은 협상과 조정을 중심으로 신속한 온라인 분쟁 해결을 위한 기술지침을 마련했지만, 국가 간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중재’ 절차까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결국 Soft Law(연 성규범)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도 10만~50만 원 이하의 글로벌 전자상거 래 분쟁은 사실상 법적 해결이 쉽지 않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디지털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국제적 분쟁 해결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인재 양성과 소비자 보호 활동도 지속
김 변호사는 실무 현장뿐 아니라 미래 IT 인재 양성과 공공 법률지원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정부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인재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AI 소프트웨어마에스트로’ 과정에서 13년 이상 멘토로 참여하며 연수생들에게 소프트웨어·IT 관 련 법률과 특허·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분야를 교육해 왔다.
특히 AI·소프트웨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저작권과 데이터 활용, 오픈소스 라이선스, 기술 보호 문제 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법률 이론 전달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사례와 대응 방안까지 실무중심으로 조언하며 후배 개발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 변호사로도 활동 중이다.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플랫폼 거래, 해외직구 등 디지털 소비 환경에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대리해 송무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정보 비대칭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권리구제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소비자 권리 보호 체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공증 활용 확대 필요…디지털 법제 개선 과제
전자서명과 전자문서 법제를 연구해 온 김 변호사는 현재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전자공증’ 제도의 활용 부족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전자서명을 통한 전자인증은 이미 보편화 됐지만, 전자공증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절차가 복잡하고 이용 편의성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비대면 거래와 디지털 계약이 더욱 확대될 수록 전자공증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기술적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계약서를 써도…최종 책임은 결국 사람의 몫
최근 생성형 AI가 법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그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생성형 AI의 추론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계약서 초안 작성이나 판례 분석, 문서 요약 등 다양한 업무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AI가 법률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AI는 기본적으로 검색과 데이터 분석, 추론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과 초안 작성에는 매우 유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복잡한 법률 관계 속에서 종합적인 판단과 책임 있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AI의 ‘환각’ 문제와 책임 귀속 문제를 중요하게 봤다.
그는 “AI가 잘못된 판례를 인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법리를 제시하는 사례도 이미 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며 “법률문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법적 책임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반드시 전문가의 최종 감수와 검 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작성한 계약서 나 법률 의견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국 최종 책임은 사람인 변호사에 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AI 시대, 결국 전문성이 가장 큰 경쟁력
김 변호사는 앞으로 AI 기반 법률 서비스가 법률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 역할은 ‘대체’보다는 ‘보완’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를 잘 활용하는 변호사는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반복적인 문서 작업이나 리서치 업무는 AI가 상당 부분 지원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각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후배 법률가와 AI 개발자들에게 “일반적이고 평범한 지식은 이미 AI가 상당 부분 학습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특정 도메인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실무 경험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자신만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구축 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전문성이야 말로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해자(垓子)”라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에 살아남고 독보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얘기다.
끝으로 그는 “AI는 결국 도구일 뿐, 그것을 어떻게 활 용하느냐가 미래 법률가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 라며 “AI 시대일수록 결국 사람의 전문성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철 대표변호사 ‧ 현 법무법인 백상 변호사/변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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