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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안 나가면 그때는 늦다… 임대차 분쟁 예방하는 제소전화해

-계약 끝나도 버티는 임차인, 명도 분쟁 사전 대비 관심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 위반 시 바로 강제집행 -"공정증서는 시점 제약 커… 계약 초기 제소전화해가 실효적"

(사진제공 =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사진제공 =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상가 임대차에서 계약이 끝났는데도 임차인이 건물을 비워 주지 않으면,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거쳐 강제집행까지 가는 긴 절차를 감수해야 한다.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새 임차인을 들이지 못하는 손해도 고스란히 임대인의 몫이 된다. 이 때문에 분쟁이 생기기 전에 미리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려는 건물주들의 관심이 제소전화해 제도로 향하고 있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2일 "제소전화해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법원에서 화해조서를 받아 두는 절차로, 이렇게 성립한 화해조서에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인정된다"며 "임차인이 약속을 어기고 건물을 비워 주지 않으면 별도의 명도소송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상가 건물을 임대해 온 A씨의 사례가 있다. A씨는 과거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에도 오랫동안 점포를 비워 주지 않아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을 거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새 임차인과 계약을 맺으면서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 제소전화해 절차를 마쳐 뒀고, 차임 연체로 계약을 해지하게 됐을 때는 화해조서를 근거로 곧바로 집행을 신청해 분쟁을 짧게 끝낼 수 있었다.

제소전화해는 민사소송법 제385조가 정한 제도다. 분쟁 당사자가 소송까지 가기 전에 서로 합의한 내용을 정리해 지방법원에 화해를 신청하고, 화해기일에 판사가 그 내용을 확인해 화해조서를 작성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성립한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민사소송법 제220조), 상대방이 조서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를 집행권원으로 삼아 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상가 임대차 분야에서 활용도가 두드러진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이 종료되면 건물을 인도한다", "차임을 3기 이상 연체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건물을 인도한다"는 내용을 화해조항으로 정해 두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명도소송 절차를 건너뛸 수 있어, 임대인 입장에서는 공실 손해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화해가 성립하지 않으면 통상의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되므로, 신청 전에 임차인과 조항 내용에 대한 합의를 마쳐 두는 것이 전제가 된다. 화해기일에는 당사자 본인이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리인을 선임해 진행할 수도 있다. 비용 면에서도 화해신청서에는 소송으로 갈 때 소장에 붙는 인지액의 5분의 1만 붙이면 되므로(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7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비슷한 예방 수단으로 공정증서를 떠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둘의 효력 범위는 다르다. 공정증서는 공증인법상 금전·대체물·유가증권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한해 집행력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어서, 건물 인도처럼 부동산을 넘겨받는 청구에는 활용이 어려웠다. 공증인법 개정으로 임대차 기간 만료 6개월 이내에 작성된 건물 인도 청구 공정증서에는 집행력이 인정될 수 있게 됐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미리 받아 두는 예방 도구로 쓰기에는 시점이 맞지 않아 실익이 크지 않다. 계약 초기부터 명도 분쟁에 대비하려면 제소전화해가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화해조항을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강행규정에 어긋나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은 화해조서에 담더라도 나중에 효력을 다투는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같은 법정 권리를 배제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조항 문구가 모호하면 집행 단계에서 다시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인도 시점과 조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엄 변호사는 "화해조서는 한 번 성립하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조항을 설계하는 단계가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임대인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임차인 입장에서도 인도 조건과 시점을 명확히 정해 불필요한 소송을 피할 수 있는 장치"라며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살아 있는 계약 초기에 절차를 마쳐 두되, 조항은 강행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법률 검토를 거쳐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글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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