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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 데이터센터와 '첨단미래도시'라는 환상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외래교수.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외래교수.

부산시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조 원의 민간투자와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로봇 산업을 결합한 미래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이를 통해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 걸음 떨어져 세계를 바라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주민 반대운동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국가 전력의 상당 부분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면서 신규 허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칠레와 멕시코에서는 물 부족과 일자리 과장 논란이 지역사회의 거센 저항을 불러왔다. 세계는 지금 데이터센터를 '첨단산업' 이전에 '거대한 자원 소비시설'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도 이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자동차공장도 아니고 조선소도 아니다. 생산라인에서 수천 명이 일하는 제조업과는 산업구조 자체가 다르다. 서버가 사람 대신 일하는 시설이다. 사람이 아니라 전기와 물을 먹고 자라는 산업이다. 그래서 데이터센터의 입지 조건도 분명하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 냉각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곳, 광케이블과 변전시설을 갖춘 넓은 부지. 에코델타시티가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주목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부산시는 대규모 전력 공급 능력과 스마트시티 기반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전력은 누구의 것인가. 그 물은 누구의 것인가. 지역 주민이 사용하는 공공자원이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전력망 증설이 필요하고, 냉각을 위한 막대한 용수가 사용된다. 기후위기로 물 부족이 심화되는 시대에 이러한 부담을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부산은 결코 물이 넉넉한 도시가 아니다. 낙동강 원수에 의존하고, 녹조와 가뭄 문제를 반복적으로 겪는다. 여기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선다면 장기적인 물 관리 정책과 충돌하지 않을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생활환경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소음을 견디지 못해 방음시설을 설치했고, 위스콘신에서는 세계 최대급 AI 데이터센터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텍사스 농민들은 소음과 진동으로 가축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데이터센터는 '조용한 서버 창고'가 아니다. 냉각설비와 송풍기, 비상발전기가 24시간 가동되면서 저주파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신화'다. 부산시는 데이터센터를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데이터센터는 대표적인 노동절약형 산업이다. 건설 과정에서는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그러나 완공 후에는 시설 관리와 보안, 유지보수 등을 포함해 수십 명에서 많아야 백여 명 수준의 상시 고용이 일반적이다. 미국, 칠레, 멕시코 모두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막대한 전기와 물을 사용하지만, 지역에 남는 양질의 일자리는 기대보다 훨씬 적다.

그렇다면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 전력망 부담, 용수 사용 증가, 교통과 기반시설 확충 비용,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 반면 기업은 막대한 AI 시장의 수익을 가져간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두고 "이익은 글로벌 빅테크가 가져가고 비용은 지역 주민이 부담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도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센터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유치가 곧 지역발전이라는 단순한 등식이다. 데이터센터 몇 기를 유치했다고 AI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AI 연구개발 기업,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 인재 양성 체계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생태계다. 데이터센터는 그 생태계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부산 정치권도 이제는 "수조 원 투자"나 "첨단산업 유치"라는 화려한 숫자보다 시민에게 남는 실질적 이익을 설명해야 한다. 전기는 얼마나 사용하는가. 물은 얼마나 필요한가. 탄소배출은 얼마나 증가하는가. 상시 고용은 몇 명인가. 세금 감면의 대가는 무엇인가. 지역기업은 얼마나 참여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데이터센터는 미래산업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소비하는 거대한 서버 창고일 뿐이다.

부산은 산업도시다. 그래서 누구보다 산업의 명암을 잘 알고 있다. 과거 중화학공업과 항만이 부산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지역 불균형이라는 비용도 함께 떠안았다. AI 시대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첨단이라는 이름은 면죄부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가 부산의 미래가 되려면, 기업의 이익보다 시민의 삶이 먼저 검증되어야 한다. 부산이 선택해야 할 것은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AI 산업 전략'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는 많다. 그러나 미래를 준비하면서 시민의 물과 전기, 환경과 삶까지 함께 지키는 도시만이 진정한 미래도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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