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용우 환경칼럼] 데이터센터는 정말 지역의 미래일까
최첨단 산업이라는 신화와 지역발전의 환상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첨단산업 유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며 가장 많이 내세우는 구호들이다. 수도권의 전력난과 부지 부족을 이유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지방으로 향하고, 지방정부는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과연 데이터센터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산업일까?
지구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제조업과 전혀 다른 산업이다.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산업이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용수, 토지를 소비하는 자본집약적 시설이다. AI 시대의 초대형 데이터센터일수록 이러한 특징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즉,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은 사람이 아니라 에너지다. 안정적인 대용량 전력 공급이 가능해야 하고, 막대한 냉각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넓은 부지와 광케이블망, 변전시설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데이터센터는 전기와 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소비시설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이 대부분 농촌과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역은 전기와 물을 제공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대부분 본사와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흘러간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이후 전력망 부담이 증가하면서 주민 전기요금 상승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인터넷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용수 문제 또한 심각하다.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한 데이터센터가 대량의 물을 사용하면서 주민들이 수압 저하를 통해 이상 현상을 먼저 감지한 사례가 알려졌다. 미국 서부와 남부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물 부족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소음도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흔히 '조용한 산업'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이 가장 먼저 호소하는 것은 소음이다. 냉각설비, 대형 송풍기, 냉각탑, 가스터빈, 비상용 디젤발전기 등이 24시간 가동되면서 지속적인 저주파와 기계음이 발생한다.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주민들이 소음을 막기 위해 창문 방음시설을 추가해야 했고, 위스콘신에서는 세계 최대급 AI 데이터센터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텍사스의 농민들은 가축 생산성 저하와 생활환경 악화를 호소하고 있으며, 영국 BBC 인터뷰에서는 "새들이 사라졌다"는 주민 증언도 소개됐다.
데이터센터는 공장이 아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활환경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이에 비해 일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데이터센터 유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논리가 일자리다. 하지만 해외 사례는 이 주장에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 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건설기간 동안 평균 1,600명 이상을 고용하지만, 운영 이후에는 평균 150명 안팎의 상시 인력만 필요하다.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는 수십 명의 운영인력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칠레에서는 17개 데이터센터의 직접 고용 인원이 1,500명 수준에 불과했다. 멕시코에서도 수십억 달러가 투자된 데이터센터의 상시 근무 인원이 수십 명에 그친 사례가 보고됐다.
AI 데이터센터는 자동화된 서버 시설이다. 소프트웨어 관리와 원격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필요한 인력은 시설관리, 보안, 청소 등 일부 직종이 대부분이다. 건설이 끝나면 건설 일자리는 사라지고, 상시 고용은 크게 줄어든다. '막대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가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현재 세계는 데이터센터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전력과 물 부족, 소음, 환경오염, 세금 감면, 낮은 고용효과 등을 문제 삼는다. 뉴욕주는 신규 데이터센터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여러 주에서는 세금 지원을 제한하거나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아일랜드 역시 국가 전력의 상당 부분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면서 신규 허가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칠레와 멕시코에서는 물 부족과 일자리 과장 논란이 주민 저항으로 이어졌다.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무조건 유치해야 할 첨단산업'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비용과 편익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공공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장밋빛 홍보가 아니다. 지역이 제공하는 것은 전력과 용수, 토지, 세제 혜택, 각종 기반시설이다. 그 대가로 지역은 무엇을 얻는가. 실제 고용은 얼마나 되는가. 지역기업과의 산업연계 효과는 있는가. 전력망 확충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용수 부족과 환경 영향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데이터센터는 첨단산업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소비하는 거대한 인프라에 불과할 수 있다.
AI 시대는 분명 새로운 산업의 시대다. 그러나 첨단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사업이 지역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방정부는 이제 데이터센터 유치 실적을 경쟁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을 남기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세계는 이미 데이터센터의 화려한 홍보보다 그 이면의 비용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제는 "AI 시대"라는 구호에 취하기보다,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남길 진짜 유산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묻기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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