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용우 환경칼럼]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생태계 구축 필요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에너지정책이 필요한가. 원전 확대 정책만으로 203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저탄소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까? 원전 산업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새 정부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정책이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예전부터 우리나라도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를 태양과 바람과 같은 무탄소 천연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거대하고 구조화된 화석연료 기반 산업생태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산업생태계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재생에너지의 생산·유통·사용 기반을 신속히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만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실용주의 에너지정책을 내세우며 원전의 계속 활용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현실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의 중심축이 어디에 놓이느냐이다. 원전의 활용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하는 보완적 수단이 되어야지,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축시키거나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원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특성이 있는 반면,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전원을 공급하지만 출력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두 에너지원의 역할을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방향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더욱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거래처를 선정할 때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RE100'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원전이 저탄소 전원이라는 평가가 일부 국가에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RE100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 경쟁력과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원전 활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원전은 과도기적 전력 수급 안정과 탄소 감축을 위한 보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은 결국 재생에너지 산업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단순한 비중 논쟁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풍력, 태양광,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공급·판매가 자유롭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창업과 투자가 활성화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 분산형 전원 확대 등 재생에너지 시대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정책 역시 이념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현실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원전의 활용 여부에 매몰되기보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대한민국을 탄소중립과 녹색산업을 선도하는 나라로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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