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0주년 공연 닷새 앞두고 취소…국악앙상블 아라연 해체 선언
공연 5일 앞두고 예술의전당 콘서트 취소, "관료주의적 행정과 과도한 제작 부담이 원인"
[시사매거진 강창호 기자] 국악앙상블 '아라연'이 창단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공연 닷새 앞두고 전면 취소하고, 단체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공연 취소를 넘어 20년간 이어온 단체의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공연예술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아라연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댄허코리아 허영훈 대표는 20일 오전 사과문과 호소문을 통해 공연 취소와 해체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당초 공연은 오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며, '2026 국악방송 공연실황중계-국악무대' 제작 공모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해 국악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공연을 불과 닷새 앞둔 시점에서 전면 취소가 결정되며 관객과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허 대표는 "연주자는 물론 많은 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대관 확정 이후 반복된 관료주의적 행정 절차와 일방적인 기술적 요구로 인해 더 이상 공연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18일 공연장 측에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 취소의 배경으로 대관 시스템의 경직된 변경 절차와 제작 과정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운영 방식, 방송 중계를 이유로 요구된 음향 장비 운용 조건과 이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 등을 거론하며 "중소 예술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허 대표는 이번 해체가 단순히 한 단체의 활동 종료가 아니라 공연예술계 현실을 알리기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창단 20주년을 맞은 연주단체를 공식 해체하는 것은 무책임한 판단이 아니라 공연예술계 위기를 알리는 책임 있는 결단이자 희생"이라며 "공연 취소에 대한 비난은 겸허히 수용하겠지만, 이번 일이 공연장과 관련 기관의 행정 편의주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체 소식은 연주자들에게도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허 대표는 전날 총연습 현장에서 단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으며 대부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단원들이 보내온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큰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한 단원은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다. 위로보다는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리고 싶다. 긴 시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2006년 창단한 아라연은 지난 20년 동안 4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국내 대표 젊은 국악앙상블로 성장했다. 국립국악원과 예술의전당, 돈화문국악당 등에서 모두 44회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정규음반 4장과 스페셜 음반 3장을 발표했다.
또한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초청공연을 비롯해 대통령 국빈만찬 축하공연, 미국 워싱턴 D.C. 아시안 헤리티지 페스티벌 등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활동하며 한국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힘써왔다. 창작 음악극 '팍스토리(Fox Story)'를 선보이는 등 창작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으며, KBS와 MBC, 국악방송 등 다양한 방송을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허 대표는 아라연의 20년을 돌아보며 "기적이었다. 부모님 덕분이었고, 연주자 덕분이었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이 함께 만든 역사였다"며 "그동안 아라연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아라연은 지난 20년 동안 공공지원사업에 단 한 차례도 의존하지 않고 민간의 힘으로 활동을 이어온 국악단체다. 창단 20주년을 맞아 내려진 이번 해체 결정이 공연예술계 제작 환경과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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