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는 안전?” 착각이 키운 니코틴 중독
전자담배 7년 새 91% 급증…청년·여성 흡연 새 위험군 부상 청소년 36% 전자담배로 흡연 시작…정부 "속지 말고 지금 금연“ 궐련형 전자담배 91% 증가·액상형 73% 증가…정부 "속지 말고 지금 금연" 캠페인 전개
[시사매거진 신혜영 기자] 일반담배 흡연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전자담배 사용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흡연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전자담배 사용이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발표한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담배 현재흡연율은 17.9%로 전년보다 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6.3%,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4.5%로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2019년 이후 최근 7년간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90.9%,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7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소비가 일반 궐련에서 전자담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 인식 확산…건강 위험은 여전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는 위험한 오해라고 지적한다.
윤현영 KH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검진센터 원장은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거나 무해하다는 인식 때문에 사용 진입 장벽이 낮아지기 쉽지만 니코틴과 다양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담배제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자담배 사용자가 흡입하는 에어로졸에는 니코틴뿐 아니라 각종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들 물질은 기관지와 폐포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폐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기침과 가래, 흉부 불편감, 운동 시 숨참 증상 등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 단순 감기나 피로로 넘기지 말고 폐 건강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흡연은 폐 건강뿐 아니라 심뇌혈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는 혈관 내피 기능을 저하시켜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 흡연 진입 통로 된 전자담배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사용 증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36.3%가 전자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의 52.9%가 이후 일반 궐련 담배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올해 세계 금연의 날 주제는 ‘화려한 유혹의 실체, 니코틴·담배 중독에 맞서자(Unmasking the Appeal: Countering Nicotine and Tobacco Addiction)’다. 이는 담배업계가 청소년과 청년층을 겨냥해 신종 니코틴 제품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마케팅 전략을 알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선정됐다. 담배업계가 향과 맛, 세련된 디자인 등을 활용해 청소년과 청년층을 흡연으로 유인하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경계를 촉구했다.
젊은층·여성 전자담배 사용 급증
전자담배 사용 증가는 특히 젊은 세대와 여성층에서 두드러졌다.
20대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9년 4.3%에서 2025년 8.8%로 104.7% 증가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20대는 58%, 30대는 71.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사용자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여성의 경우 2019년 0.5%에서 지난해 1.4%로 180% 증가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같은 기간 140% 늘어 남성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질병관리청은 연령이 낮을수록 전자담배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으며, 특히 여성층에서 증가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담배·전자담배 함께 피우는 ‘다중담배’도 증가
전자담배 확산과 함께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다중담배 사용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담배제품 사용자의 21.3%는 두 종류 이상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다중담배 사용자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를 사용하면 흡연량이 줄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병행하면서 더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니코틴 의존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다중담배 사용자의 경우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금연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동시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 맞춤형 금연광고 공개…합성니코틴도 규제
이 같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제39회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올해 첫 금연 광고를 공개했다. 이번 광고는 청소년·청년·중장년층 등 연령별 특성을 고려한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됐다. 광고는 각각 ‘속지 말고 지금 금연’, ‘지지 말고 지금 금연’, ‘착각 말고 지금 금연’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전자담배 사용 동기와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성을 전달한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광고 속 이야기와 연결해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금연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광고는 5월 29일부터 약 두 달간 TV와 SNS, 옥외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송출될 예정이다.
국민 참여형 온라인 캠페인도 함께 진행된다. 참여자는 금연 광고 포스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OO 말고 금연’이라는 문구를 자유롭게 작성하고 자신만의 금연 포스터를 제작할 수 있다.
캠페인은 5월 29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되며 보건복지부 금연캠페인 공식 인스타그램과 금연 캠페인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도 제공된다.
특히 올해부터 합성 니코틴 제품까지 담배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부는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니코틴 제품의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자담배 사용 확산으로 청소년과 청년층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담배사업법 개정을 계기로 모든 담배 제품에 대한 규제를 차질 없이 적용해 사각지대 없는 금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담배업계의 마케팅 전략은 미래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모든 담배 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미래 세대를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금연 환경 조성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역시 담배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완전한 금연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침과 가래가 3주 이상 지속되거나 숨참, 흉부 불편감, 객혈,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폐 기능 검사와 흉부 영상검사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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