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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르네·선우예권이 들려주는 ‘겨울나그네’… “인간다움을 묻는 음악”

한세예스24문화재단 ‘한세 클래식 리트’ 두 번째 무대 37년간 250회 이상 노래한 괴르네의 깊어진 해석 마티아스 괴르네…선우예권과 함께 완성하는 100분의 여정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 마티아스 괴르네, 백수미 이사장(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 마티아스 괴르네, 백수미 이사장(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시사매거진 강창호 기자]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있었지만 모두 휴대전화와 태블릿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계속된다면 인류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세계적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Matthias Goerne)는 한국에 도착해 목격한 풍경을 떠올리며 오늘날 우리에게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더욱 절실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와 공감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 그는 이 작품을 인간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음악으로 바라본다.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기자감담회(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기자감담회(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오는 6월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를 앞두고 1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독일 가곡 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괴르네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한세예스24문화재단 백수미 이사장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생각과 협업의 의미를 전했다.

이번 공연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선보이는 ‘한세 클래식 리트(Lied)’ 프로젝트의 두 번째 무대다. 2024년 바리톤 벤야민 아플이 젊은 예술가의 시선으로 들려준 <겨울나그네>에 이어, 올해는 슈베르트 가곡 해석의 대가인 괴르네가 보다 원숙하고 깊어진 해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백수미 이사장(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백수미 이사장(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백수미 이사장은 “국내 성악 공연은 대중적인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가곡은 위대한 시인들의 언어에 음악이 결합한 가장 섬세한 예술”이라며 “특히 <겨울나그네>는 성악가와 피아니스트의 협업이 핵심인 작품이다.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작품의 서사와 감정을 이끄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설명했다.

1827년 슈베르트가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 24편에 곡을 붙여 완성한 <겨울나그네>는 실연의 상처를 안고 겨울 길을 떠나는 방랑자의 여정을 그린 연가곡이다. 그러나 괴르네는 이 작품을 실연이나 절망의 이야기로 해석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힘든 과거를 겪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국 미래를 향해 걸어가기를 선택합니다.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하는 것이죠.”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마티아스 괴르네(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마티아스 괴르네(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괴르네는 <겨울나그네>의 본질을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탐구에서 찾았다.

“인생은 행복과 성취만으로 가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누구인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다시 알려주는 음악입니다.”

그가 이 작품에 특별한 애정을 갖는 이유는 슈베르트가 자신의 음악 인생을 결정지은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는 바흐 다음으로 제게 가장 중요한 작곡가입니다. 다섯 살 무렵 부모님의 영향으로 처음 그의 음악을 접했는데, 슈베르트가 없었다면 저는 성악가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괴르네는 슈베르트를 “문학과 음악을 결합해 예술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곡가”라고 평가했다. 또한 24곡으로 이루어진 <겨울나그네>가 서로 다른 분위기와 형식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구축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37년 동안 그는 이 작품을 250회 이상 무대에 올렸다.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심지어 북극에서 약 5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슈피츠베르겐에서도 <겨울나그네>를 노래했다.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마티아스 괴르네(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마티아스 괴르네(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그가 가장 놀랐던 것은 문화와 언어가 전혀 다른 청중들이 보여준 반응이었다.

“한국,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프랑스, 노르웨이 어디에서 연주하든 관객들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슈피츠베르겐에는 4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과학자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공감합니다.”

괴르네는 이러한 보편성이야말로 <겨울나그네>를 “혁명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과거를 극복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비슷한 질문과 상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도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를 선택한다. 그는 바로 그 지점에 작품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의 첫 협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평소 슈베르트를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꼽아온 선우예권은 “괴르네는 오랫동안 존경해온 음악가이며 그의 음반을 들으며 음악적으로 성장했다”며 “이번 작업은 새로운 귀가 열리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곡을 “시와 음악이 만나는 가장 친밀하고 내면적인 장르”라고 정의했다.

“독주는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하지만 가곡은 다릅니다. 성악가와 호흡하며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있습니다.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화자의 심리와 정서, 그리고 풍경까지 표현하는 존재입니다.”

선우예권은 이번 협업을 통해 독주 무대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음악적 대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가곡에서 피아노는 성악을 받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의 서사와 감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화자라는 것이다.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 마티아스 괴르네(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 마티아스 괴르네(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괴르네 역시 선우예권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훌륭한 솔리스트와 작업할 때는 특별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피아니스트가 몇 밀리초 단위로 제 생각과 호흡을 읽고 반응해 줄 때 말이죠. 그런 점에서 선우예권과의 작업은 함께 떠나는 여행과 같습니다.”

그는 “프로 연주자들은 음악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함께 만들어갈 뿐”이라며 무대 위에서 탄생할 즉흥성과 생동감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이어 “앞으로 100살이 될 때까지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 마티아스 괴르네, 백수미 이사장(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_선우예권, 마티아스 괴르네, 백수미 이사장(사진_한세예스24문화재단)

괴르네는 37년 동안 작품을 탐구해 왔지만 해석의 방향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세월과 경험이 쌓이며 음악의 층위는 더욱 깊어졌다고 설명했다.

“작곡가가 남긴 악보를 철저히 읽고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방향은 변하지 않았지만 살아오며 겪은 경험과 감정들이 계속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겨울나그네>는 예전보다 더 많은 층을 가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겨울나그네>를 고독과 절망의 작품으로 기억하지만, 괴르네는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 작품의 어둠은 악몽 같은 어둠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저 멀리 보이는 자신의 길을 찾아 계속 걸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연주할 때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한여름의 문턱에서 만나는 겨울 이야기. 괴르네와 선우예권이 들려줄 <겨울나그네>는 고독과 상실을 넘어 인간다움의 본질을 되묻는다.

6월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질 100분의 여정. 관객들은 그 안에서 저마다의 ‘겨울나그네’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포스터_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여름에듣는겨울나그네(포스터_한세예스24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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