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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 남겨진 노래, 연극 ‘호기우타’ 7월 대학로 무대

윤혜숙 연출·이경민·정다연·우범진 출연… ‘밝은 허무’로 인간과 예술의 의미 탐구 기후위기·전쟁의 현실을 비추는 부조리 희극, 동시대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 던져

연극 호기우타(포스터_래빗홀씨어터)
연극 호기우타(포스터_래빗홀씨어터)

[시사매거진 강창호 기자] 모든 희망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연극 <호기우타(寿歌)>가 이 질문을 품고 오는 7월 4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 프로젝트인 이번 공연은 올해 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여 호평받은 작품을 정식 무대로 옮긴 공연으로, 래빗홀씨어터가 제작한다.

<호기우타>는 일본 현대희곡의 거장 기타무라 소가 1972년에 발표한 대표작이다.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세계를 배경으로 유랑극단 출신의 게사쿠와 교코, 그리고 원본만 있으면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 야스오가 리어카를 끌고 떠돌며 보이지 않는 관객을 향해 공연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초연 이후 꾸준히 상연되며 일본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연극 호기우타_2025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_제공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최인호
연극 호기우타_2025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_제공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최인호

작품은 50여 년 전 쓰였지만 오늘날 더욱 현실적인 울림을 전한다. 냉전 시대에는 핵전쟁 이후의 세계가 먼 미래를 향한 경고로 읽혔다면, 오늘날에는 지속되는 국제 분쟁과 핵무기 위협, 심화되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로 인해 작품 속 풍경이 오늘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인물들은 폭염과 빙하기가 공존하는 황폐한 세계를 떠돌며 살아간다. 더 이상 생명이 자라나지 않는 폐허의 풍경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인류 문명의 미래를 되묻게 한다. 작품은 재난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와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관객들에게 현실에 대한 성찰을 요청한다.

그러나 <호기우타>는 단순한 종말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가 무너진 뒤에도 인물들은 농담을 주고받고 노래하며 공연을 이어간다. 관객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무대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작품을 관통하는 ‘밝은 허무’의 정서를 보여준다.

연극 호기우타_2025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_제공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최인호
연극 호기우타_2025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_제공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최인호

공연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희망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아무도 보지 않을지 모르는 무대 위에서 이어지는 공연을 통해 예술의 존재 이유와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짚는다.

연출은 2020년 제11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인 윤혜숙이 맡았다. 윤혜숙은 <은의 혀>, <정희정>, <마른대지>,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세컨드 찬스> 등을 연출하며 인간과 사회, 공동체의 균열을 섬세하게 탐구해 온 연출가다.

윤혜숙 연출은 “<호기우타>가 다루는 기후위기와 핵전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며 “이 작품이 동시대의 위기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대화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종말의 상황에서도 공연을 멈추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과 예술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출연진으로는 게사쿠 역의 이경민, 교코 역의 정다연, 야스오 역의 우범진이 무대에 오른다. 세 배우는 올해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낭독공연에도 참여해 작품과 인물에 대한 이해를 쌓았으며, 이번 무대에서 더욱 깊어진 호흡과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호기우타>는 7월 4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전 회차 한글자막해설이 제공되며,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NOL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연극 호기우타_2025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_제공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최인호
연극 호기우타_2025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_제공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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