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읽는 것은 위험행동이 아니라 사람… 산업안전 시장의 새 경쟁 시작되나
[시라매거진 김진석 기자] 국내 산업안전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의 안전관리 기술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현장의 위험 상황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작업자의 성향과 판단 패턴까지 분석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도 ‘예방 중심 AI’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인재평가연구소가 최근 특허를 출원한 ‘KHAI-SPI(Safety Personality Inventory)’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시스템은 작업자의 안전성향을 심리검사 방식으로 분석한 뒤 AI를 활용해 직무별 사고 가능성과 맞춤형 안전행동 가이드를 제시하는 구조다.
국내 산업안전 AI 시장은 그동안 통신사와 SI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주요 기술 역시 CCTV 영상 분석이나 드론·웨어러블 기반 실시간 감지 시스템이 중심이었다. 안전모 미착용, 위험구역 접근, 작업자 쓰러짐 등을 즉시 탐지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반면 KHAI-SPI는 위험 상황 자체보다 ‘왜 그런 행동이 발생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현장 사고 상당수가 작업자의 심리적 긴장감 저하, 과잉 자신감, 규정 무시 성향 등 인적 요인과 연결된다고 분석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거나 현장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도구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KHAI-SPI는 작업자의 응답 데이터를 기반으로 5개 핵심 안전요인의 조합을 분석해 25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후 AI가 직무 특성과 업무 환경을 함께 고려해 실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고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동일한 사업장 내에서도 작업자별로 필요한 안전교육 내용과 관리 강도를 달리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산업안전 정책 변화와도 맞물린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이후 기업들의 관심이 단순 규정 준수를 넘어 예방 체계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물류·건설 현장에서는 반복적인 안전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의 실제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검증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심리 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인 만큼 실제 사고 감소 효과와 데이터 신뢰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확산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운대학교 산업심리학과 유태용 교수는 “산업안전 분야에서도 인적 요인 분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작업자 특성과 현장 맥락을 함께 고려하려는 접근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한국인재평가연구소는 향후 산업군별 예측타당도 연구를 확대하고 맞춤형 모델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산업안전 기술이 단순 감지 단계를 넘어 사람의 행동 원인과 위험 가능성까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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