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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변호사 칼럼] 가정의 달, 형사 변호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이라는 양면성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공원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웃음꽃을 피우고, SNS는 행복한 가족사진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형사 전문 변호사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는 때로 사건 파일 속에서 가장 무겁고 복잡한 의미로 다가온다. 법정 다툼의 가장 치열한 전선이 바로 가족 사이에서 그어지는 경우를 너무나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형사 실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의 전면 개편이다. 과거 수십 년간 우리 형법은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간의 재산 범죄(절도, 사기, 횡령 등)에 대해 형을 면제해 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이에 따른 법 개정으로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재산 범죄 중 상당수는 가족, 친족이라는 특수한 관계 내에서 발생한다. 이제 자녀가 부모의 노후 자금을 가로채거나, 형제가 부모의 유산을 독식하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는 행위는 더 이상 ‘집안일’이 아니다. 피해자인 부모가 고소를 결심한다면 국가 공권력이 개입하여 엄중히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가족 내 경제적 착취로부터 약자를 보호하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변호사로서 상담을 하다 보면, 평생 일군 재산을 자식에게 뺏기고도 법적 제약 때문에 눈물만 흘리던 부모님들이 이제야 비로소 법의 보호를 받게 된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
부모 자식 간의 금전 다툼이 고소로 이어지고, 배우자 간의 격한 감정이 상해 사건으로 비화된다. 이러한 사건에서 변호인은 복잡한 딜레마에 빠진다. 피의자(피고인)인 의뢰인을 법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지만, 그와 동시에 파탄 직전에 놓인 가족 관계의 회복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불안정한 변수다. 처음에는 엄벌을 원하다가도, 막상 구속이나 실형의 가능성이 커지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변호인은 법리적 주장과 별개로,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가족의 감정과 관계의 역학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변론 전략에 녹여내야 한다.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기에, 때로는 혐의를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회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어가 되기도 한다.
가족 간의 범죄에서 형사 절차의 목표는 단순히 처벌의 경중을 가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한 해결은 관계의 회복과 가정의 복원에 있다. 이를 위해 변호인은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 회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현출해야 한다.
가령, 경제적 피해를 변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거나, 폭력적 성향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 상담 및 치료를 받고 있다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재판부가 기소유예나 집행유예와 같은 선처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피고인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기보다, 가정으로 돌아가 관계를 회복하고 건강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를 주는 사법부의 결단이기도 하다.
형사 변호인은 법정에서 의뢰인의 ‘방패’가 되어야 하지만, 가족이 얽힌 사건에서는 깨어진 관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가해자를 옹호하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법적 한계 내에서 갈등을 조정하며, 처벌이 아닌 회복이라는 출구를 모색하는 것. 가정의 달, 법정 안팎에서 마주하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당하며 오늘도 수많은 변호인이 이 어려운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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